[선심시심] 저쪽을 못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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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시심] 저쪽을 못보네
  • 이종찬
  • 승인 2009.10.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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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心 詩心

초여름의 햇빛도 따갑더니 뜰 앞의 장미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너무 자라서 창을 가리는 것이 싫어서 지난 겨울 가지를 모두 잘라버려 올해는 꽃을 못 볼것이 아닌가 염려하기도 했다. 그러던 나무에서 저렇게 고운 꽃을 보게 되니 더욱 신기하다.

무엇이 젊게 고운 꽃을 피우게 했을까. 우리는 그 원인을 모른다. 꽃나무의 속성이라 하면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도 있고. 겨울에는 더더구나 피우지 못하나 그것도 완전한 답은 못된다. 여름의 따가운 햇살에서 피었으니 햇빛 속에 인자가 있었다하면 다같은 햇빛에도 꽃피우지 못하는 나무가 있으니 그것도 완전한 원인 규명은 못된다.

다만 나무에는 꽃피우는 인(因)이 있었다 하면 그것은 틀림없는 말이다. 하나 아무리 인이 있어도 주변의 적절한 상황이 형성되지 않으면 꽃은 피우지 못한다. 흙(地), 슬기(水), 햇빛(火), 공기(風)라는 종합된 연(緣)을 만나지 못하면 저 꽃을 피우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결과인 꽃만 찬미할 줄 알지 그 이전의 수많은 인이나 연은 살피지 못한다. 내가 처해 있는 이 현실의 결과도 이렇듯 지난날의 수 없는 인연의 소산이지만, 현실에 집착하여 저쪽을 못보고 있는 것이다. 못 밑의 달은 저 하늘에 있음을 망각하듯이.

송나라 때 무견선도(無見先覩) 선사의 시는 어쩌면 이런 점을 보인 것이다.

마음 편히 하는 법 좋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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