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 햇볕을 쏘이고 바람이 드나들게 해야 곰팡이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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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 햇볕을 쏘이고 바람이 드나들게 해야 곰팡이가 없어진다
  • 관리자
  • 승인 2009.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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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

한국 불교가 벼랑 끝자락에 몰리고 있다. 수행자의 진면목이 변질 왜곡되고, 그로 인한 모순과 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불교란 무엇이며, 출가 수행자란 어떤 존재인가? 묻고 또 묻는다.

불교는 무엇인가?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 했다. 병 있는 자에게 약이 되어야 한다. 출가 수행자는 누구인가? 약을 제조하는 약사이어야 한다. 한국불교가 그런가? 한국불교의 수행자가 그런가? 수행자의 모습이 남루하다. 한국불교 모습이 초라하다. 더 이상 멈추거나 기다릴 수가 없다. 이런 초조함과 절박함이 사람들을 지리산으로 모이게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정법불교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야단법석은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2백여 명의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 막을 내렸다.

법당 밖으로 나와 거리낌 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펼쳤다. 격식을 벗어 던졌다. 처절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법주(法主)는 있되 법상(法床)은 없었다. 높고 낮음을 없애기 위해서다. 법문도 있었지만 질문도 있었다. 묻고 답하는 질문과 토론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문제의 실상을 냉철하게 주고받음으로써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자는 의미였다. 시간이 걸려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갔다. 그래서 5일이 걸렸다. 돌아보면 5일도 짧았다. 근래 보기 힘든 살아있는 법거량이었다.

청규도 마련했다. 허심탄회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진단 내용을 더 다듬고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다. 행동과 말과 마음씀이 모두 법답고자 노력하고 하심(下心)의 무애행으로 화합하기로 했다. 상대를 존중하여 섬기고, 자신을 낮추고 아상을 덜어내기 위해서다. 나의 편리함을 구하기보다 상대에게 불편함이 없는지를 먼저 살피고 배려하기로 했다.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더라도 고집하지 않는 열린 사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서로에게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서다.

진단의 잣대는 금강경이었다. 모색 역시 금강경의 눈으로 살폈다. 종단의 소의경전이기 때문이다. 소의경전인 금강경의 눈으로 한국불교의 문제, 수행 문제의 실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교육원장을 역임한 무비 스님, 선원수좌를 대표해서 혜국 스님 그리고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는 향봉 스님과 도법 스님이 법주(法主)로 나섰다. 무비 스님은 표준금강경을 교재 삼아, 금강경 정신으로 한국 불교의 문제를 짚었다. 향봉 스님은 치열한 수행을 통해 얻은 안목으로 경전과 어록의 정신에 입각해 한국 불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혜국 스님은 선원에서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불교 수행의 긍정적 측면과 한계를 진솔하고 겸허하게 제시했다. 도법 스님은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서로 분리 대립하는 현실을 지양하고 하나의 불교로 회통해야 할 것을 설파했다.

집안의 허물은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암울했던 것인가? 법주스님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자고 했다. 드러내 햇볕을 쏘이고 바람이 드나들게 해야 곰팡이는 없어진다고 강한 어조로 외쳤다. 자정(自淨)은 그런 과정을 겪어야만 된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법주스님들은 고뇌의 말과 글을 옮겼다. 절실함과 진지함이 묻어 있다.

<금강경을 통해 본 오늘의 한국불교>

무비 스님

부산 범어사에서 여환 스님을 은사로 출가,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였으며, 해인사, 통도사 등 여러 선원에서 안거하였다. 탄허 스님의 법맥을 이은 대강백으로 통도사·범어사 강주,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많은 집필활동과 아울러 전국 각지의 법회와 인터넷 카페 염화실에서 불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역저서로 『금강경오가해』를 비롯하여 『금강경 강의』, 『법화경 강의』, 『사람이 부처님이다』, 『임제록 강설』, 『일곱 번의 작별 인사』 등 다수가 있다.

3일간 진행된 무비 스님의 강의 그리고 질의 토론은 금강경 32분을 모두 점검하는 시간으로 마쳤다. 특히 스님은 각 분에 우리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내용 52가지를 가려 뽑아 대중과 함께 날카로운 문답을 주고받았다. 또한 변화의 종교로서 불교의 특징과 소의경전으로서의 금강경의 위치와 내용, 정신에 대해 혜안을 보여 주었다. 특히 스님은 설법에 앞서 변화의 종교인 불교의 특징에 대해 강조했다. 이 가운데 소의경전으로서 금강경, 보살행, 걸사정신, 중생제도, 방편불교 등에 대해서 간추렸다.

확고한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길(金剛般若波羅密經)

금강경이 정법불교, 또는 완전한 불교의 소의경전으로 타당한가? 금강경은 한국불교의 소의경전이다. 금강경이 한국불교의 소의경전이라는 뜻은 무엇인가? 모든 불자들은 금강경의 정신에 의하여 수행과 전법과 삶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것이라면 금강경만으로는 부족하다. 금강경은 대승불교가 완전하게 발달하기 이전 초기대승불교에 해당하는 경전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불교, 이상적인 불교를 표현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금강경에 의하여 이상적인 정법불교를 모색하기란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는 않다. 금강경에서 수행지침이 되고 삶의 좌표가 될 만 한 점들 몇 가지를 대강 찾아 초록하여 강호제현들과 함께 오늘의 한국불교를 점검하고 그 대안을 모색할 수가 있다.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습니다(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왜 금강경을 설하면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설했는가? 고독하고 외롭고 힘들고 그늘진 곳에서 고통 받고 사는 사람들을 얼마나 보살피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보살피라는 취지에서 급고독원에서 의도적으로 법을 설한 것이다. 급고독 장자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았다는 점을 떠올리라고 이 말을 넣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는가? 또 그것이 수행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차례로 걸식한 후 본래의 처소로 돌아왔습니다(次第乞已 還至本處)

걸사(乞士)가 걸사의 정신으로 사는가? 부처님도 한 사람의 사문이었다. 모든 사문들은 걸식했다. 왜 걸식을 생활의 방식으로 삼았을까? 바로 정신이다. 걸사의 정신이다. 현재 우리가 걸사의 정신을 갖고 사는가? 묻고 되물어야 한다.

온갖 중생들을 내가 모두 완전한 열반에 들게 하리라(我皆令入無餘涅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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