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남긴 유산, 공심과 선승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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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남긴 유산, 공심과 선승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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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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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모 / 탄성 스님의 제자 명진 스님
▲ 탄성 스님 진영

천일결제에 든 지 977일. 회향일(8월 30일)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명진 스님의 하루하루는 ‘카운트다운’ 되고 있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라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명진이가 천일결제?’ ‘큰절 주지가 됐으면 주지나 잘할 것이지 천일결제가 말이 되느냐?’ 그를 아는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뜨악해 했던 그의 등장이었다. 그 자신조차도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 ‘내가 봉은사주지라니?’ 하며 놀랐다고 했다. 그러나 ‘봉은사니까. 봉은사라면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불교, 사찰개혁을 꿈꾸며 그는 강남 노른자 땅에 있는, 신도 20만을 자랑하는 봉은사 주지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 한 달 뒤 2006년 12월 5일 천일결제에 들어갔다. 변화는 그날부터 시작된 셈이다.

“봉은사 주지를 수락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게 우리 은사스님 말씀이었습니다. 우리 스님은 늘 입버릇처럼 ‘주지는 불전(佛前)에 신심 있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아무리 수행 잘해도 부처님 앞에서 신심이 없으면 대중 제도를 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 하나 들고 봉은사에 들어왔습니다. 천일기도도 그런 취지에서 내린 선택이었구요.”

대 성공이었다. 무엇보다 봉은사 대중들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천배를 올리는 주지스님, 대중과 함께 공양하고 운력하는 주지스님, 도량을 떠나지 않는 주지스님의 모습은 너무도 낯설었고 그만큼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돈밭’으로 비유되던 봉은사 살림살이를 만 천하에 공개하고, 신도들을 종무회의에 참석케 했으니. 어느덧 그는 온 사부대중과 하나되어 천일간의 특별한 살림을 이만큼 꾸려내게 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스승의 덕화’였을까.

【 주먹질만은 하지 마라 】

명진 스님의 은사는 탄성 스님이다. 다른 스님들은 똑똑한 행자가 들어왔다며 모두가 탐을 내는데 유독 탄성 스님만 관심을 두지 않아, “어린 눈에 그게 더 멋져 보이고 선사 같아 보여” 삼고초려 끝에 은사로 모시게 되었다는 것이 명진 스님이 말하는 사제의 연이다. 그러나 실상 알고 보면, 행자시절 총무스님과 주먹다짐까지 했던 유별난 행자였으니 성품이 고요한 탄성 스님으로선 그가 어찌 탐탁했을까.

명진 스님은 출발부터가 별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고, 싫은 것은 억지로 하지 않는 ‘자유인’이었다. 아무리 행자라도 마땅치 않으면 거꾸로 가고 시쳇말로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살았다 한다. 결국 그런 그를 제자로 맞아들이며 탄성 스님은 ‘주먹질만은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니 그것이 은사로부터 들은 첫 법문인 셈이다.

【 뒷모습이 아름다웠던 선승禪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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