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성사 ㅡ보살만행(菩薩萬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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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성사 ㅡ보살만행(菩薩萬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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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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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32

소성거사(小姓居士)

요석궁의 사흘은 너무도 짧았다. 원효에게도 짧았고 요석공주에게는 더더욱 너무도 짧았다. 원효는 요석궁을 나온 뒤 곧장 분황사로 가서 자기 처소인 무애당에 걸린 가사와 장삼을 대웅전 부처님 앞에 바치고 하직인사를 드렸다.

 “이 몸 세속 업연이 두텁사와 금생에도 인연의 줄을 말끔히 끊지 못하고 그 인연의 줄에 얽매여 파계하였나이다. 파계하였으매 이미 사문(沙門)이 아니옵고 사문이 아니오매 절간에서 편안히 살 자격을 잃었나이다.

 이 몸 업연이 다할 때까지 업연들로 얽혀져 살아가는 중생계로 되돌아가서 중생과 더불어 호흡하고 중생과 더불어 고락을 함께하며 힘 닿는 데까지 중생들을 보살피며 살아갈까 하나이다.

 대자대비하옵신 삼보자존이시여, 이 파계한 몸이 혹시 삿된 길이나 외도의 길로 잘못 흐르옵거든 곧 일깨워 주시고 중생을 보살필 힘을 주소서.

 지금 이 시각에도 화택중생들은 갖은 나쁜 업을 짓고 갖은 고통을 받고 있으리이다. 그 불쌍한 중생 무리가 모두 보리심(菩리心)을 발하고 정각(正覺)을 이룰 때까지 이 몸은 사바국토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겠나이다.

 이 몸 이르는 곳마다 부처님의 광명이 두루 비추고 온 중생들이 입으로 염불하고 몸으로 보살도를 행하며 뜻은 청정하기 가을하늘과 같아져서 우리 국토가 곧 화장세계(華藏世界)로 화하여지이다.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원효는 마지막 삼보의 명호를 부르면서 세 번을 또 절하였다.

 이어 시자(侍者) 심상(審祥)과 원주 만선(萬善)을 무애당으로 불러 스스로 파계하였음을 알리고 좋은 스승을 다시 만나 수도 잘하라고 이르고 는 맨 마지막으로

 “그간 내가 집필하였던 「화엄경소(華嚴經疏)」는 지명 노스님께 갖다 드렸으니 노스님이 다 보신 뒤에는 만선이 잘 보관해 두어라. 뒷날 혹 학자가 보고 싶어 하거든 모두 볼 수 있도록 간행하는 것도 좋은 일일게다.”

 만선과 심상에게는 실로 청천의 벽력과 같은 스승의 선언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이요, 또한 그의 스승에게 있어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자신이 파게하여 놓고 스스로 나는 파계하였노라고 공언할 사람이 있겠는가?

 더욱이 천하가 다 고승으로 숭배하는 원효대사가 무슨 정혹(情惑)이 남았기에 파계하겠느냐 말이다.

 만선과 심상은 스승이 분황사를 떠날 구실이 없어서 파계하였노라고 우정 꾸며 말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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