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그림은 부처님을 따르는 수마제라는 여인이 외도(外道)를 믿는 집으로 시집을 가서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청하여 뭇사람들로 하여금 부처님께 귀의케 한다는 인연설화를 다룬 그림이다. 이 이야기는 「증일아함경」제22권 수타품(須陀品)에 실려 있다. 같은 내용이 「수마제녀경」으로 독립되어 있기도 하다. 여기에 소개하는 그림은 키질석굴 벽화 중 보존 상태가 좋은 제205굴과 제224굴의 천장에 그려진 그림이다.
외도를 섬길 수는 없노라
어느때 부처님께서 사위성 제타숲 안에 계시었다.
한 장자(長者)가 있으니 그 이름을 아나분지라 했고, 또 그에게는 딸이 있어 수마제(須摩提)라 이름하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묘한 인(因)을 쌓아 천품이 기특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청정한 수행을 닦고 있었다.
이 때, 만부성(滿富城)이라는 곳에 만재(滿財)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훌륭한 며느릿감을 구하고 있었다. 마침 사위성에 와 아나분지장자를 방문하여 옛 우정을 반가이 풀게 되었다. 때에 수마제는 아버지의 옛 친구가 찾아왔으므로 잠깐 나와서 인사를 드리었다. 수마제의 자태가 아름답고 예절바른 태도를 본 만재장자는 아나분지장자에게 마침 며느릿감을 구하는 중이라며서 청혼을 하였다.
이에 아나분지장자는 양가의 믿음이 다르기 때문에 이 혼사가 마땅치 않다고 거절하였다. 그러나 수마제에 반한 만재장자는 각기 자기의 믿음대로 믿고 섬기면 되지 않느냐면서 계속 졸랐다. 거절하기 어렵게 된 아나분지장자는 부처님께 여쭈어 본 다음 결정하겠노라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만일 수마제가 저 나라로 시집을 간다면 뭇사람들을 제도하는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아나분지장자는 집으로 돌아와 청혼을 허락하니, 장엄하고 화려한 결혼식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만부성에는 본디 나라에서 정한 법이 있었다. 즉 만부성의 여자가 다른 나라로 시집을 가거나, 또는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 아내를 얻어들이면 무거운 벌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즉 그 벌이란 육천 명의 범지(梵志)를 공양하되 그들의 뜻에 맞아야만 하였다.
만재장자는 법을 어긴 것을 스스로 알고는 범지들을 초청하여 크게 잔치를 열고는, 수마제를 시켜 범지에게 예를 갖추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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