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불국정토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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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불국정토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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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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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 조각가 진철문

 "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도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모든 것이 변하니 쉬지 말고 정진하라고. 「선가귀감」에 보면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말도 있고요. 창작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미술의 체제를 알았으면 이를 깨뜨릴 줄도 알아야지요."

 불법의 뜻 그대로 기존의 껍질을 깨뜨리고 해탈을 꿈꾸는 석수(石水) 진철문(38세) 씨. 지난 가을 그는 '깨우침을 향한 두번째 조각전'을 열었다.

 종로구 수송동 아트뉴스 갤러리에서 있었던 그의 작품전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브론즈(bronze)를 주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불상이라는 고정관념과 의궤(儀軌)를 넘어 가장 기본적인 형식만을 지닌 채 대담한 생략으로 자기화 오늘화시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둥그런 원으로 표현되는 광배(光背)를 네모로 표현한다든지, 오히려 현대인들에게 친근감을 주게 될지도 모를 로버트 부처님. 그리고 특히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것은 '서울 예수 서울 부처'였다. 십자가의 부처님과 보리수 아래에 예수로 자리바꿈한 작품이었다.

 그런가 하면 작품의 재료가 딱딱하고 차가운 브론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밀가루 반죽으로 꾹꾹 눌러 빚어 만든 듯 손가락 자국과 지문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도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그의 추구정신과 창의력이었다. 어느 한 순간에 머무름없이 끊임없는 변화와 창조를 일궈내는 진철문씨는 누구보다도 불상의 전통적인 양식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깨뜨리며 현대화 해가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할 수 있는 불교건축문화와 불교조각품이 무엇인가를 늘 화두처럼 간직해온 그는 현재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그동안의 맥락을 짚어보면 그 조형성을 연구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앙금처럼 가라앉은 자신의 세계를 손끝을 통해 표출해보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의 손으로 빚어지는 불상들이 이 시대의 자화상에서 멀어질 수 없느지도 모르겠다.

 종립학교인 해동 중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불교미술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진철문 씨는 어렸을 적부터 불국정토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불국사가 신라인들이 꿈꾸던 불국정토의 정형이었듯이 자신은 20세기에 걸맞는 불국정토를 건설해보리라 늘 다짐해왔다.

 작은 할아버지가 스님이셨던 인연으로 절집안에서 자라다시피한 그는 어렸을 적부터 늘 보아온 형상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가슴속에 배어들었다. 가슴속의 형상이 그의 손끝으로 처음 표현된 것은 중학교 때였다. 숫돌을 줄톱으로 갈아 만든 것이 탑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석등을 만들어 미술선생님으로부터 만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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