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물이 푹 절은 행자’였던 현성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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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물이 푹 절은 행자’였던 현성 스님
  • 관리자
  • 승인 200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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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반 이야기

수덕사 행자시절 어느 날, 객스님이 한 분 오셨다. 예의가 바르고 말투도 무척 점잖은 젊은 스님이었다. 객실에서 하루를 머문 그 스님은 다음날 아침 공양을 마치고, 어른스님을 뵈올 수 있겠느냐고 청을 넣었다. 당시 보통 객스님들은 원주스님이나 재무스님을 찾아 여비를 받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로 어른스님을 찾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주지스님을 뵐 수 있도록 했다.

주지스님을 뵙고 나온 그 스님은 객실에 가서 걸망을 가지고 성큼성큼 행자실로 건너오는 것이었다. 행자실에 들어와서는 “인사드리겠습니다.” 하며 행자들을 향해 먼저 큰 절을 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행자들도 황망하게 맞절을 하였다. 잠시 자리를 정리해서 행자반장이 중심이 되어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사연인즉 스님은 타 종단에서 계를 받고 몇 년 지내면서 노스님을 모시고 경공부도 하였는데, 조계종에 재출가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타 종단 스님이라 하여도 스님은 스님이고, 현성 스님은 그 언행이 워낙 점잖아서 행자들이 쉽게 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당시 수덕사는 행자복이 따로 없어 행자들도 승복을 입었었다. 그래서 혹 오해가 있을까봐, 언제나 “행자입니다.”라고 먼저 인사했다. 하지만 현성 스님이 아무리 행자라고 해도 다들 곧이듣지를 않아 자주 오해가 따르곤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자신이 입고 온 깨끗한 승복을 다른 행자들에게 주고, 자신은 가장 낡은 옷을 얻어 입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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