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보살' 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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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보살' 의 고민
  • 관리자
  • 승인 200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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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가꾸기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내가 속한 써클모임에서 친근감을 쌓기 위해 서로에게 별명을 붙이기로 하였다. 되도록이면 개인들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면서 좋은 의미로 와 닿는 별명을 짓자는 의도였으므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을 짜내느라 퍽이나 고민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몇몇 회원의 별명을 짓고 내차례가 되었는데, 모두들 멀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특별히 개성적이지도 그렇다고 외향적이지도 못했던 나에게 그럴듯한 별명을 지어주기란 그들에게 얼마나 큰 고역이었겠는가.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별명을 지을 때는 자신이 제안한 것을 주장하느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더니만 유독 나에게 와서 침묵을 지키는 데는, 당사자인 나로서는 어색하기도,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였다.

 그때 갑자기 갓 들어온 신입생 남자아이가 "누나는 꼭 보살님 같아요"라고 나지막히 말했던 것이다. 나에게서 느껴지는 인상이 어느 절의 벽화에서 본 보살 같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하관이 둥글고 복스러운 보살상을 떠올리고는 여자로서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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