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인물전] 환적 의천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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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인물전] 환적 의천대사
  • 김영태
  • 승인 200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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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벽곡(辟穀)의 수도자

  온 산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은 가을의 어느날, 겨우 뎔 한살의 소년이 속리산(俗離山)의 큰 절 법주사(法住寺) 앞을 지나 복천암(福泉庵)으로 찾아들고 있었다. 

  마침 복천암에는 진정당 탁린(塵靜堂 琢璘)이라는 학덕 있는 선사 한분이 있었는데 소년은 그 스님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글공부 한다는 명목으로 찾아 온 소년을 인자로운 탁린스님은 반가히 맞아 주었다.

소년은 선산(善山)이 고향이며 문(文)씨 문중의 행세하는 집 도련님이었으나,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났다.  열 한살 되는 그해 봄에 어머니를 따라 충청도 보은 종골리(報恩 種谷里)의 외가로 와서 살게 되었는데, 양반집 자제로 글공부를 해야 하는 그였으나 모든 일이 뜻대로 되어지지 않았다.  혼자 몸으로 아들을 데리고 친정살이를 하게 된 어머니밑에서 학업을 계속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한 그가 복천암의 탁린스님에게서 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와 외가댁 어른들으 졸라서 절을 찾아 왔던 것이다.

  어머니의 슬하를 떠나 산중 절로 들어온 소년은 복천암에서 삼년을 지냈다.  처음엔 불교공부를 할 목적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으나 차츰 세월이 지나고 절 생활에 적응되면서 그는 불교를 알고 싶어졌고 또 승려가 되고싶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탁린스님의 가르침을 배웠으며, 탁린스님도 어버이처럼 소년을 자상하게 돌보아 주었다.  그가 열 네살 되던 해에 스님을 따라 금강산으로 갔으며, 정양사(正陽寺)에 가서 당대 고승인 편양대사(鞭羊大師 彦機)를 뵈었다.  유명한 서산대사의 법을 이은 편양대사가 마침 그 때 금강산 정양사에 머물고 있으면서 배움을 찾는 불자들을 일깨우고 이었다.

  소년이 탁린스님을 따라 편양대사에게 인사를 올리다, 편양대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너의 얼굴을 보니 도(道)를 닦아 얻을 근기가 있을 것 같구나.  불법을 배우겠다는 첫뜻을 번복하지 말고, 힘써 공부하여 티끌세상의 번뇌 그물(塵網)에 걸리지 않도록 하여라.」

라고 하였다.  소년은 이 곳에서 일년을 지내고 이듬해 속리산으로 돌아왔다.

  속리산 복천암으로 되돌아 온 소년은 십륙세 되는 해 봄에 비로소 머리를 깎았다.  그동안 어머니와 집안 어른들의 만류도 없지않았으나 그는 굳게 결심을 하고 끝내 머리를 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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