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그늘
20여 년의 조력(釣歷)을 자랑하던 내가 낚시질을 그만둔 지도 어언 사오년을 헤아리게 되었다. 돌이켜 보매, 이는 이 순간에도 어느 선방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 면벽하고 있을 현묵(玄黙) 스님의 방생 공덕의 덕분이 아닌가 한다.
출가하던 날, 그는 어머님을 모시고 향흡 난장에서 한 양동이의 미꾸라지를 사서는 영남루 앞 남천강에다 방생을 하면서 나늘 위해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귓가로 흘려들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상하게도, 어머니께서 전해주신 이 말은 내 안에서 싹이 트고 점점 자라나 몇 년 뒤에는 다만 낚시 그 자체를 즐기기만 했을뿐, 잡은 고기들을 모두 놓아주고 빈다래끼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또 그게 무슨 대단한 경지에라도 이른 양 동료들에게 으스대기까지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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