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스립바 歲時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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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샘] 스립바 歲時記
  • 박상륜
  • 승인 2009.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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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후라`를 `머플러`라듯이 스립바도 원발음에 가깝도록 `스립퍼`라고 해야 어학자 선생님의 꾸중을 면할 것 같다. 슬립퍼건 스립바건 덧신임엔 틀림없는데 뒷축이 없는 그 야릇한 신발의 이름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하던 어릴 때 일이 생각난다. 내가 처음으로 스립바를 구경하기는 병원에서였다. 발끝에만 걸치고 찰삭찰삭 끌고 다니는 의사가 그렇게 겁날 수가 없었다. 나도 한번 신어 보았지만 그놈을 신고는 달릴 수가 없어서 마치 족쇄를 찬 것 같았고 그 족쇄 한짝을 변소 통에 빠뜨려서 한짝만 신은채 주사를 맞고 도망쳐 온 기억이 난다.

  두번째는 보통학교(국민학교)에 입학해서다. 선생님들이 신으신 스립바는 권위의 상징이였다. 병원의 것은 고무였는데 이것은 피혁제품으로 신코에 성씨를 한자씩 써서 서로 바뀌지 않도록 마련한 것이었다. 교실 문 밖 복도에서 스립바 소리만 나면 학생들은 긴장해서 수업준비를 하던 것이다.

  그 다음은 여관과 요정에서다. 관광 여행이라도 떠나 지방 여관에 들게 되면 으례히 신세 지는 게 스립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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