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능엄경의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다른 경전이나 논전에서보다 마장의 경계를 상세히 밝힌 데 있다고 하겠다. 이 경에서 말하는 마장의 경계는 어떠한가, 수행자와는 어떤 관계에 있으며 마장의 정체는 어떠하며 어떻게 해야만 마장의 세계에서 벗어나겠는가, 이제 본경을 의지하여 마의 베일을 벗겨보자. 수행하지 않는 자는 자체가 마장의 세계이므로 마장을 모르거니와 만일 수행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자칫 마장은 그를 따른다. 한 사람이 수행하여 깨달음을 이루면 온갖 세계가 존립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현(古賢)들은 이를 일러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 하였다. 그러면 그 마장의 정체는 실재하는가, 그리고 마의 경계는 몇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가, 어떤 상태에서 마장은 일어나는가.

  󰊲마장의 다섯 단계

 마장의 경계를 어두움에 비유하고,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은 밝은 광명에 비유할 수 있겠다. 밝은 광명의 아래에는 어두움이 실재할 수 없듯, 여래장묘진여성의 경계에 마장은 본래로 없는 것이다. 그것은 다 망상에 의해서만 실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 능엄경에서는 오음(五陰)의 마장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을 다섯 가지 망상으로 분류하였다. 색음(色陰)의 마장은 견고한 망상이 근본이 되며, 수음(受陰)의 마장은 허명(虛名)한 망상이 근본이 되고, 상음(想陰)의 마장은 융통(融通)한 망상이 근본이 되며, 행음(行陰)의 마장은 유은(幽隱)한 망상이 근본이 되며, 식음(識陰)의 마장은 허무(虛無)한 전도(顚倒) 망상이 근본이 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