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과 단절된, 은둔 아닌 은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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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과 단절된, 은둔 아닌 은둔
  • 관리자
  • 승인 2009.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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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그가 살아온 삶은,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환경에 있는지 알게 해준다. 가리봉 오거리에서 가산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허름하고 낡은 집들이 누추하게 들어앉아 있다. 그곳에는 50여 개의 단칸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여러 채 있는데, 김영희 씨도 그 중 방 하나를 얻어 월세(30만원, 보금증 50만원)로 살고 있다.

“이곳에는 조선족과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많이 살아요. 그 사람들은 방 하나에 두세 명씩 살기도 합니다. 제가 군대에서 사격하다가 고막을 다쳐 귀가 잘 안 들리는데도, 이 좁은 곳에 80여 명이 모여 살다보니 밤이면 술 먹는 소리, 싸우는 소리 등 별의별 소리가 다 들립니다. 제일 힘든 것은 화장실 사용 문제인데, 이 집에 화장실이 딸랑 하나밖에 없어요. 아침이면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그도 한때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 처하게 되었을까. 그의 지난했던 인생 역정을 들어보니, 한 편의 애절한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의 고향은 전남 강진의 작은 섬마을이다. 집이 가난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어리디어린 나이에 망망대해에서 고기를 잡는 일은 끔찍할 정도로 무섭고 힘들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에 가는 날보다 바다로 나가는 날이 더 많았다. 중학교 진학을 시켜주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워,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300원을 훔쳐 서울로 상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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