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에세이 / 함께 사는 삶
장마 끝의 무더위가 찌는 날, 우리 가족은 휴가차 나섰던 부산 여행을 끝내고 서울역에 내렸다.
마침 태풍 쥬디호가 내습하는 바람에 부산에는 이틀 동안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고, 해수욕장의 상점들마저 긴급 철시해버려 바닷가는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서울로 오는 열차 속서 본 신문에는 부산의 사상공단 일대가 물에 잠겨 공장과 주택의 지붕들이 바다 위의 뗏목처럼 떠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태풍에 엄청난 액수의 재산은 물론 생목숨들까지 앗겨버린 재난의 소식이 지면을 가득 메웠다.
이런 형편이라 엉망이 되어버린 내 휴가를 애석해 할 계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년만에 맛본 가족 여행의 금쪽같은 시간을 어느 못된 도둑에게 털린 듯싶었다.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남의 재앙이 아무래도 남의 재앙이 나와 내 주변의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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