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의식, 이 의식에 사로잡히면 자신을 잃게 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주체인 내가 없는데 세상을 어떻게 살며 무엇으로 내가 존재할 것인가 싶다. 열등의식은 나 자신 타인과 비교하여 타인보다 못하다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나의 체험 한 가지를 적어 보자.
나는 초등학교 때 친한 친구 셋이 있었는데 늘 함께 어울려 다녔다. 그중 한 친구는 집이 가난하여 내가 장차 어른이 되어도 이 친구를 먹여 살려야 될 것 같은 책임감을 항상 지니면서 살았다.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경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점에 관한한 나는 열등하단 느낌은 없었다. 늘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 때로는 그 집 양식을 우리 집 양식으로 퍼다 날랐다.
다른 한 친구는 공부를 썩 잘했다. 운동도 잘하고 말하자면 만능 탤런트인데 초등학교 6년 동안 나는 한 번도 그 친구를 경쟁해서 이겨본 적이 없다. 밤새워 공부해도 최고의 성적이 2등이다. 그 친구 다음이다. 그래서 그때 어린마음에 이 세상에서 1등 하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구나 하는 숙명론 같은 걸 믿었던 기억도 있다. 이 체험들은 우스꽝스럽게도 어른이 된 지금까지 우리 셋의 관계에서 역동적으로 작용한다.
나는 학문을 하는 교수가 되었고 가난했던 친구는 큰 재벌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되었고 공부 잘하던 그 친구는 고등학교만 마치고 장삿길에 들어 성공했다. 나는 장사하는 친구 앞에 서면 지적인 열등감이 생긴다. 그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나 옳고 나는 그 앞에 무엇이라고 한마디 한다는게 왜소해 보인다. 내가 기가 죽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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