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해서, 바람이 머리카락에 와 부딪혀 흩어지고, 강물이 노을을 받아 싸늘하게 빛나고 있음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그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그 무엇-사물과 사실과 사람들-조차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더욱이 내가 몰라서 슬픈 것은 내가 보다 바람직한 만남을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이 초겨울 그 기다림의 열망으로 인하여 얼마전 가을 하늘처럼 맑은 순수와 접하게 되었다. 버스는 자리가 전부 차서 한 사람도 서있지 않았고, 사람들은 각기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어서 달리는 버스 안은 고요했다. 이윽고 한 정거장에서 소년이 올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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