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지도 모르는 병 싸움에의 예감 고문에의 근심. 노예의 상태 굶주림의 상태에의 두려움, 그런 것들. 그러나 사실 이 때의 고백은 이 거창한 문명세계에서 얼마나 어리석고 황당무개하게 들릴 것인가?
또 이빨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빨은 처음엔 그저 젓가락에 어떻게 잘못 건드리거나, 생선가시같은 것이 잘못 끼어들 때 조금 뜨금, 하는 감각이 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쑤시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그저 뜨금거리는 것이 아니라, 쿵쿵, 거기서 내 전신의 맥박이 울려나오기도 하는 듯 지끈지끈 머릿속을 울리며 고통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번엔 어금니인 모양이라고, 나의 말초신경들은 공포에 떨며 몸 곳곳에서 수군거려대고 안면 근육은 할 수 있는 한 팽팽히 부풀어 오른다. 그 동안 꽤 잘 견뎌온 내 이빨의 위기— .
서서히 완성되기 시작하는 고름주머니와 썩어가는 피들의 아우성을 위하여 우선 나는 내가 익혀온 방법대로 정결하게 칫솔을 닦고 어느 때보다 치약을 풍성히 묻혀 고통하는 입 속에 들이민다. 또 소금물도 한 컵 준비 한다.
그리고 침략자들을—생선가시와 더러운 음식 찌꺼기들과 기타 균들을 씻어내고 소독한다.
그러나 아픔은 그리 쉽게 멎지 않는다. 내가 가진 어떤 방법으로도 쓰러뜨릴 수 없어 균들은 이미 자라버린 모양으로 고름주머니의 껍질도 단단해진 모양으로.
나는 할 수 없이 마지막 수단을 나의 말초 신경들에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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