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장 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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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장 지지마
  • 관리자
  • 승인 2009.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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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노트

‘2학기에도 공부 계속 합니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지난달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교학 수업 중에 느닷없는 1학년 H군의 질문이었다. 좋은 건수 잡은 동자들은 주먹으로 책상을 치고 발을 구르며, 웃음인지 함성인지 구별할 수 없는 열광속에서도 H군은 전혀 동요하지않고 굳은 표정으로 나의 답변을 기대하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인가 사연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한 H법우님에게 먼저 힘찬 박수를 보냅시다”라는 시간 끌기의 의도가 다분히 있었던 제안에 다시 한번 교실 분위기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보통 이쯤 되면 으쓱해하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되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 H군의 경우는 전혀 예외였다.

“아니, 범사님! 그런게 아니구요, 10월 28일부터 휴(교)를 하는데 우리는 계속 학교에 나와 공부 할 수 있냐구요?”

평소엔 얌전하여 눈에 잘 띄지도 않던 H군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양눈을 치켜뜨며 마치 항의하듯 질문하는 것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아니 우리학교가 왜 10월 28일 휴교를 하니? 그날이 샌드위치 연휴니?, 아니면 큰 태풍 온다던? 자! 법우님들 10월달 달력좀 한번 넘겨봐요.....”

“아니 참! 휴교가 아니고 휴거란 말이에요, 휴거-, 휴거! 법사님은 휴거도 모르세요?” 나는 전기에 감전된 듯한 한순간의 띵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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