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연구] 3. 인간은 죽으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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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연구] 3. 인간은 죽으면 그만인가
  • 광덕 스님
  • 승인 200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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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제3회

 이 글을 쓰는 것은 영계(靈界)를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따라서 일부 인사들의 흥미를 끌자는 것은 더욱이 아니다. 독자 여러분이 「인간은 육체(肉體)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뿐이다. 

「사람의 죽음 즉 생에서 죽음으로 옮겨 가는 것만큼 각양각색도 드물 것입니다. 사람이 영계에 가는 것은 사람의 의식이 없는 동안에 진행되고 서서히 의식이 회복되면서 영계에 온 것을 알게 하고 그렇게 하여 현세에 대한 집착을 끊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나 그것은 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의식을 없이 한다는 것은 급격한 환경 변화 때문에 의식이 뒤집히는 것을 막는 방편의 하나로써 나의 경우에는 급격한 변화를 막기 위하여 정신통일 수행 중에 몇 번이고 영계에 가 보았고 그래서 내가 갈 세계가 어떤 곳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가 갔었지요. 그리고 육체가 점점 쇠약해지면서 영계에 가보는 도수도 잦았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 육신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애착, 그 집착의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이 육체에서 벗어나는 괴로움이 다른 것 같습니다.

 최후의 이별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나의 경우는 자주 영계에 왔다 갔다 하였기 때문에 차츰 육체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맥박도 호흡도 빨라지더니 그것도 잠시 동안이었고 차차 약하게 되어갔습니다. 그러는 중에 나의 의식이 몽롱해져서 마치 먼 꿈나라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나의 귓전에서 미세한 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어느 듯 그 소리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몇 백의 악기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였으며 잠시의 빈틈도 없이 조화를 이룬 교향악이었습니다. 점점 낮아지다가는 한층 높게 울려 퍼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음률 속에서 나는 어느 듯 영계로 가고 있었습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2월의 밤은 고요하고 차갑습니다. 육신에 다시 돌아온 때는 소리 하나 들을 수 없는 고요한 방에 나의 아들 딸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육신으로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다른 느낌이 들어 주위를 조용히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누워있는 육체라고만 생각 되었던 나의 몸이 반투명체로 보이지 않겠습니까? 살펴보니 다른 또 하나의 내가 보였습니다. 나의 바로 아래에 얼굴은 흰 헝겊으로 덥힌 내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내가 있는데 바로 아래에 다른 육체의 내가 누워있는 것입니다. 나는 육신인 나에게 조금도 애착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아무래도 기이했습니다. 지금까지만 해도 이 육신을 보면서 영계를 왕래했을 때 나의 육체는 바로 내 몸이며 내 것이며 나의 모두라는 생각이 나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것을 애착이니 집착이니 할 것도 없는 가장 자연스런 상태로 둘도 없는 나라는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안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까지 이 세상에서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으로써 자타가 인정해왔던 이 육체가 마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애용해 오던 옷이 낡고 헤져서 새것을 갈아입을 때 다시 입을 수 없는 헌옷은 아무런 애착 없이 벗어 버리는 것과도 같이 아까운 생각이란 아예 없었습니다. 옷을 갈아입으면 헌 옷은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 방자한 사람의 태도에서 일까요.

 나는 알 수가 없어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오정(五政)선생님(이분의 수행을 지도해 주던 법사님)을 불러댔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어쩌다 정신이 들어보니 지금 빠져 나온 내 육신의 위쪽에 누운 채 쉬고 있는 영체인 나를 누군가가 안는 듯이 상반신을 일으켜 주는 분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분의 하는 대로 맡겨 두었습니다. 이때의 나의 기분은 오랜 병고에 시달리던 사람이 점점 쾌차해져서 간호해 주는 사람에게 상반신이 일으켜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어나 보니 이제까지 누워 있을 때의 울칙한 생각은 단번에 사라지고 기분이 매우 상쾌해졌습니다. 나는 그때 나를 일으켜 주신 분이 누구실까? 고맙구나 하고 생각하였더니 그것은 그립고도 그리운 천사인 것을 알았습니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부축해 주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를 보자 나는 힘이 솟아올랐습니다.

 이윽고 내 눈 앞이 별안간 밝아졌습니다.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광체(光體)가 몸 가까이에 내려지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눈이 부셔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나의 유체(幽體)에 덮여 있는 상념(想念)이 광체(光體)에서 비쳐보는 강렬한 빛을 만나자 단번에 정화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놀라운 빛이어라.」하고 감탄하고 있으려니 나의 손은 어느 듯 나의 곁에 계시는 천사의 손을 굳게 잡고서 찬란히도 빛나는 광체가 하늘 높이 사라진 자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밤은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나의 방 천정 가까이에 서서 내려다보았습니다. 내가 죽은 것을 알았는지 아이들이 전화를 걸기도 하고 사방에 전보를 쳤습니다. 그들 가족들의 생각들이 내 가슴에 울려왔습니다. 저들은 마음속에서 저들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라도 허물어진 것 같은 슬픔이 솟아오르는 가족들의 모양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의 존재를 알리려고 힘껏 소리쳐 보았지만 저들에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친척과 이웃의 여러 사람들이 나의 육체 머리맡에서 육체 이별의 눈물을 흘리며 슬퍼해 주었습니다만 내가 여기에 영인 몸으로 이렇게 있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들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꽃도 가져오고 과실도 차려 주었습니다. 스님이 오셔서 염불을 해주었습니다. 내 육체 앞에 차려진 향로에서는 향 연기가 천천히 흔들리면서 피어오르는 것을, 나는 차려 놓은 꽃 안에서 천사의 손을 꼭 붙잡고 보고 있었습니다.

 장의사가 와서 나의 육체를 관에 넣을 준비를 했습니다. 자부가 관에 옷가지를 어떤 것으로 할까?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통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장례 준비를 서둘러 주었고 자부는 또 부엌에서 접대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일러주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체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경해 주신 스님은 나의 친척 되는 분인데 무엇보다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경의 말씀과 그것을 영인 나에게 가르쳐 주시고자 하는 스님의 자비심이 하나가 되어서 내 가슴에 울려 왔습니다. 그것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하여튼 스님의 자비심과 진리가 물결을 이뤄서 나의 가슴에 분명하게 울려왔습니다. 독경하는 사람의 자비심과 경의 공덕이 때 묻은 유체(幽體)의 영인을 정화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촌전정웅(村田正雄) 著․「나의 영계통신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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