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환자 없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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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환자 없는 의사
  • 관리자
  • 승인 2009.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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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한담

어떤 사람이 근무할 때에 항상 깨끗한 옷에, 쾌적한 사무실에서, 돌아다닐 일 없고, 필요없이 누구에게도 머리 숙이거나 굽신거리지도 않고, 게다가 돈도 잘 벌고, 상대하는 사람들마다 자기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부모나 부인이나 자식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심지어 처가식구들이나 사돈에 팔촌까지 기꺼워하는 직업이라면 누구나 그 직업을 택하려 할 것이다. 자기나 자기 남편이 못하면 하다못해 형제나 자식이라도 그런 직업을 갖기 원할 것이다. 그런 직업 중의 하나가 ‘의사’라는 직업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좋고 의사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하긴 요즘은 꼭 그렇지는 않지만 좀 전만 하더라도) 젊은 의사라면 중매 서는데 최고의 상품이라고 자타가 공인하였다고 하던가?

이런 의사가 되는 길은 간단하다. 다만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면 누구나 쉽게 의사가 될 수 있다. 돌팔이 의사가 아니라 보사부장관이 증명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무론 그 후의 과정이 있으나 그 과정들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하든지 말든지 의사는 의사이므로 환자를 진료하고 경험을 쌓아 명의가 될 수도 있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돈을 벌수도 있고 주변에 명성과 칭찬이 자자한 의사가 될 수도 있다. 한세대 전만 하더라도 많은 의사들은 그렇게 하여왔고 일부 의학자만이 의학박사학위를 연구를 통하여 취득하였다. 실제로 미국식 의료-의학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있던 이러한 제도는 아직도 유럽과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의학박사 제도가 아직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식 제도가 도입되면서 따라 들어온 제도가 요즘 널리 알려진 전문의 제도이며 합리적이라는 미국식 방식을 따라 우리나라에도 이 제도가 사용되는데 전에 있던 의학박사 제도를 그대로 존속시킨 채 전문의 제도를 덧붙인 꼴이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일본 등에는 예를 들어 소아과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나 의학박사는 있으나 소아과 전문의는 없고 미국에는 소아과 전문의는 있으나 소아과를 전공한 의학박사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소아과 전문의 이면서 동시에 소아과를 전공한 의학박사가 계시니 우리의 의료 수준은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의 인턴을 마치면 과에 따라 3년 혹은 4년 동안 원하는 과에서 전공의(레지던트)를 하면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룰 수 있는 자격이 생기며 이 시험에 합격하면 그 과의 전문의가 되며 이와는 별개로 의과대학 졸업하고(의학사) 석사과정 대학원 졸업하고(의학석사) 박사과정 대학원 졸업하면 의학박사가 된다. 의사가 되어 전공 분야의 환자를 잘 보려면 전문의가 되면 되고, 의학의 한 분야에 대해 앞으로 연구를 계속하려면 의학박사가 되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기필코 두 가지 모두를 가진 의사가 진짜 실력 있는 의사인줄만 알고 있어 의과대학 졸업생들도 둘 다 취득하려하니 남들이 알아주는 의사가 되기는 더욱 힘들고 낭비도 보통이 아니다. 더하자면 환자로서 진료를 받으려면 의학박사의 칭호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의를 찾는 것이 더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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