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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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오해
  • 관리자
  • 승인 200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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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상담

어느 가을날이었다. 우연히 퇴근길에 정말 보기 좋은 장면을 대하고 마음 흐믓해 한 적이 있었다. 요즘 보기 드물게 한 여학생이 교정의 쉼터에서 한 권의 빛 바랜 책과 함께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참 대단한 학생이군, 다른 학생들은 모두가 대학에 가기 위하여 밤낮없이 책 속에 파묻혀 있는데, 문학소녀의 모습을 보다니.” 칭찬하는 말을 건네주면서 몇 번인가 지나쳤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교법사 실의 문이 열리면서 그 여학생이 찾아왔다.

“법사님, 제게 볼만한 책이 있으면 한 권 소개해 주세요. 전 도서반 학생인데요.” 난 몇 권의 불교에 관한 책들과 읽기 쉬운 철학 서적들을 보여주며 한 권 골라 주었다. 종교가 기독교라고 말하면서도 한번 읽어 보겠다고 선뜻 받아간 그 학생이 대견스러웠다.

난 또 다시 그 학생이 책을 가지고 올 때를 생각하여 이름과 가족사항 등 기초적인 신상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었다. 아버지는 건축업을 하셨고, 어머니는 가사를 돌보는 평범한 가정의 셋째 딸이었다.

고향은 원래 충청도 시골이었고, 학급에선 말없이 착한 학생이면서 성적도 중상위였다. 또한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로는 독서량이 많아서인지 다른 학생보다는 어른스러워 보이는 학생이라고 하였다.

며칠이 지나서 그 학생은 책을 반납하기 위해 교법사실을 찾아왔다. 자율학습이 끝난 밤 늦은 시간이었다. 마침 책을 보고 있는 나에게 하는 말이 “법사님은 왜 집에 안가세요?” 라고 물었다. 나는 “집에 가서 책을 보나 여기서 보나 마찬가지지만 역시 책은 학교에서 봐야 제격이거든.” 하고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넌 왜 아직까지 집에 가지 않았지?” “모르겠어요, 왠지 집에 가기 싫어요.” 몇 마디의 대화가 계속 되었다.

“그래, 왜 싫을까? 보통사람이라면 가정은 행복의 보금자리요, 특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가장 편한 휴식처가 되어야 할 텐데.”

“법사님은 저에 대해선 몰라요. 저희들의 기분을 이해 못하실 거예요.” 난 한참 동안 요즈음 무슨 고민이 있는지, 공부는 잘 되는지, 대학이란 무엇인지, 현실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장황하게 들려 주었다. 말을 다 듣고 난 학생은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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