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오헌(寄傲軒)의 연꽃
상태바
기오헌(寄傲軒)의 연꽃
  • 관리자
  • 승인 2009.05.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어유희[禪語遊戱]

이 집은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1828년 완공했다. 왕손이면서 더불어 유가의 선비정신에 누구보다도 투철했기에, 그의 절제된 삶의 편린은 이렇게 상징화되었다. 하지만 약관을 갓 넘긴 나이에 요절하는 바람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그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의두각은 절집의 칠성각을 연상케 한다. 두(斗)가 북두칠성의 뜻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불로문(不老門)과 더불어 다소의 도가풍을 연상시킨다. 세도정치세력과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잠시 짬을 내어 산그늘 밑에 은둔하듯 숨어 내공을 쌓는 수행도 게을리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깐깐한 선사의 토굴 분위기인 탓에 상상력은 가지에 가지를 친다. 현대 건축가 민현식 선생은 이 분위기에 반하여 1992년 자신의 사무실을 개원하면서 ‘기오헌’이란 이름을 주저없이 붙였다.

‘기오’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리낄 것 없는 여유로움을 말한다. 도연명(365~427)이 벼슬자리를 버리고 돌아간 고향집에서 느낀 ‘기오’의 편안함을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읊었다.

의남창이기오(倚南窓以寄傲)    남쪽 창에 기대서니 마음은 거리낄 게 없어

심용슬이안(審容膝易安)          좁은 방안일 망정 이 얼마나 편안한가.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