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팔목을 긁게 되는 어떤 삶
상태바
무심코 팔목을 긁게 되는 어떤 삶
  • 관리자
  • 승인 2007.04.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비의 손길

김명희(43세) 씨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현기증이 인다. 봄햇살을 만끽하며 활기차게 움직이는 거리의 풍경 속에, 자꾸만 김명희 씨의 젖은 눈이 아른거린다.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명희 씨의 사춘기시절은 암울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가 보따리장사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끔찍스러웠던 가난도 가난이려니와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아,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절망에 익숙해져갔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아팠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먹고 살기에도 힘들었기에, 치료는 엄두도 못냈어요. 스무 살을 넘기고 어느 날, 옆집 아주머니가 중매를 섰어요. 시집가면 병도 치료해준다는 말에, 어머니에게 등을 떠밀려 급하게 결혼하게 되었지요.”

시댁의 형편이 넉넉하다는 중매쟁이의 말은 뻔한 거짓말이었다. 길거리 행상으로 그저 근근이 먹고 살 정도였다. 그래도 남편은 착하고 성실했다. 없는 살림에도 김명희 씨의 병 치료에 적극적이어서 병세가 차도를 보였다. 아이도 셋(1남 2녀)을 낳아 다복했지만, 노점에서 생활용품을 팔아서는 감당하기에 벅찼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