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공부를 마치고난 해제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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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공부를 마치고난 해제철 풍경
  • 관리자
  • 승인 200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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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이 들려주는 절집 이야기 / 동안거 해제

스님들은 누구나 한 철 3개월이 지나면 멀리 떠나고 싶은 역마살이 꿈틀댄다. 아마도 무주(無住)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어디에 머물면 화나고, 안타깝고, 괴로움에 빠져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몸도 3개월 동안 한 곳에 머물다 보면 잡다한 인연들과 익숙함에 묶이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도 3개월 안거 철 이외에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모양과 현상을 보고 좋아함과 싫어함의 분별, 귀에 들리는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생각들, 그리고 무의식 속에 쌓아두었던 과거의 수많은 일들이 떠오르는 순간순간의 번뇌들에 빠지지 않으려는 공부가 참선인 것이다. 곧 마음에 집착함을 떠나는 연습이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길인데 선방의 선객들은 안거 3개월을 그렇게 지냈다. 이제 3개월 공부의 살림살이를 챙겨 세상 밖으로 나갈 차례이다. 따라서 선객들의 안거는 떠남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불을 빨고, 방을 청소하고, 겨우내 사용했던 것들은 제 자리로 정리하여둔다. 가벼운 봄옷을 꺼내어 풀을 빳빳하게 먹여 다림질하고 걸망을 메고 산문을 나서는 선객들, 그들의 뒷모습은 위풍당당하다.

생사를. 넘나드는. 악전고투의. 수행. 이야기.

미황사는 방석 때를 묻히며 고군분투한 선객들이 찾아오는 절이다. 미황사 달마전 뒤편으로 오솔길을 올라서면 무너진 토담들이 있는 곳에, 30여 년 전 월인 큰스님이 토굴을 짓고 사셨다. 스님은 선방의 수좌들만 보면 “해제하면 미황사에 제일 먼저 가보시게. 거기 가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선사들의 부도가 많이 있으니, 공부하는 수좌들은 꼭 참배하시게.” 그리 말씀하셨다고 한다. 한때는 그 말씀을 듣고 찾아온 수좌들이 꽤 있었다. 지금도 해제하는 날이면 무거운 걸망을 맨 채, 손에 과일을 들고 미황사 부도전을 찾는 선객들의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미황사에 붙박이로 사는 내게 해제를 한 선방 수좌들이 들려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다실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예전에 모시고 살았던 스님들 소식이며, 도반들 안부며, 큰스님들의 법문을 간접적으로라도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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