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 연륙교(連陸橋,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자동차로 당도할 수 있는 육지 같은 섬. 바로 한민족 역사의 축소판으로 일컬어지는 강화도다.
강화도 남단에는 한반도에서 지기(地氣)가 가장 센 곳으로 일컬어지는 마니산(摩尼山, 해발 468m)이 자리하고, 그 정상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참성단(塹城壇)이 있다. 마니산은 ‘우두머리산’이라는 뜻으로 마리산(摩利山) 또는 두악(頭岳)이라고도 불렀으며, 동남능선에 정수사가 민족의 성산을 지키고 있다.
정수사로 통하는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면 그윽한 숲이 운치를 더해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정수사 입구에 이르자 돌계단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듯 길다랗게 펼쳐져 있다. 돌계단을 오르다보니 어린 시절 가위바위보 하며 한 칸씩 계단을 오르던 누이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돌계단의 끝은 절 마당으로 이어져 정수사와의 첫 만남을 주선한다. 이토록 소박하고 단아할 줄이야…. 작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당우로는 대웅보전, 산신각, 선방, 차실이 전부인 단출한 규모다. 그러나 곳곳에 산재해 있는 진면목을 보는 순간, 그 누구라도 정수사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정수사는 639년에 세워진 고찰이다. 회정 스님이 마니산의 참성단을 참배한 뒤, 그 동쪽의 지형을 보고 불제자가 가히 삼매정수(三昧精修)할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사찰을 짓고 ‘정수사(精修寺)’라 이름하였다. 그 후 1423년(세종 5년)에 함허 스님이 중창하였는데, 이 때 법당 서쪽에서 맑은 물이 샘솟는 것을 발견하고 ‘정수사(淨水寺)’로 한자를 바꿔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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