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惰性)에 젖어 일상의 반복되는 삶을 살다보면 간혹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회의가 밀려오곤 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오후 3시 남해 통영의 땅끝 척포 오곡도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갈매기들을 보았다. 매서운 겨울 바람을 견디며 멀리 수평선 너머를 응시하는 모습은 흡사 생사를 초탈하기 위해 수도하는 수행자처럼 비쳐졌다.
번잡한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아온 사람들에게 어느 섬인들 아름답지 않겠냐만은, 오곡도에는 두 분의 수행자가 있어 맑은 기운을 더해준다. 어느 날 갑자기 교수직과 얽힌 인연을 끊고, 오곡도의 폐교를 수행처로 개조해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장휘옥 오곡도 명상 수련원 원장, 김사업 지도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세계 유명 수행처(일본 고오가쿠지, 미얀마 쉐우민센터, 프랑스 플럼 빌리지, 스위스 랍땐 최링 등)에서 최고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함으로써 각 수행의 핵심과 수행지도법을 온 몸으로 체득해 나갔다. 이후 직접 농사를 지으며 일상생활과 하나되는 수행을 하는 한편, 수행 체험을 회향하고자 수련회를 개최하고 있다.
오후 4시 30분, 대학생, 직장인, 교사, 가정주부, 자영업자 등 12(남6,여6)명의 수련생들이 모인 가운데 6박7일간의 ‘제 3차 오곡도 명상수련원 동계집중수련회’ 입재식이 열렸다. 이 날 저녁부터 좌선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화두참선에 들어가기 전에 수식관(數息觀, 숨을 세면서 마음을 모으는 수행법)을 했다. 앉는 자세부터 익숙치 않으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통증이 오기 시작했고, 들 숨에 맞춰 숫자를 세는 데 집중하려는 강한(?)의지와는 달리 자꾸만 졸음이 쏟아져 숫자는 다섯을 넘기기가 어려워졌다. 밤 10시 취침.
다음 날 새벽 4시 30분 기상. 기체조로 하루일과 시작, 장애 없이 좌선에 몰두하기 위해 30분간 기체조를 실시해 몸의 긴장을 푼다. 오전, 다시 수식관에 이어 선(禪)과 화두(話頭)에 관한 강의.
선은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결부시켜 그 대상과 마음이 하나가 됨으로써, 마음의 혼란스러움을 가라 앉히고 지혜를 체득하는 수행법이다. 화두는 분별로써는 결코 해결 할 수 없는, 그래서 수행자의 전신을 의문 덩어리로 만드는 문제이다. 자나깨나 전력을 다하여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불씨만 갖다대어도 불이 금방 확 타오르듯이 문득 깨달음이 찾아온다고 한다.
오후부터 드디어 ‘무(無)’자 화두가 주어졌다. ‘그 어렵다는 화두를 깨칠 수 있겠는가. 단지 끝날 때까지 바른 자세를 풀지 말고 이겨재 보자.’라는 소박한 결의를 하고 무를 참구하기 시작했다. 무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다리의 통증과 쏟아지는 졸음 사이에서 잡생각만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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