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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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파일 생
  • 관리자
  • 승인 2009.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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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목소리

나는 타고난 글재주나 말솜씨는 없지만 어려서부터 문학인을 막연히 꿈꾸어 왔었다.

 대학에서 첫 전공은 유아교육이었으나 지금은 4년제 대학에 편입해서 문예창작과에 다니게 되었다. 종교는 조상 대대로 불교집안이기는 하나, 나는 그리 불심이 깊은 정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마다 법회에 참석해서 부처님 말씀을 꼼꼼히 듣지도 않는 그저 그런 불교신자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몇 살의 나이가 더 붙은 지금에는 신심으로 종교를 가지고, 불교를 공부해 보고자 초청강연이나 주마다의 법회도 빠지지 않고 듣는 초보 불자가 되었다.

 내가 여기까지 불교를 알게 된 것은 내 어머님의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살아 계시지 않는 할머님의 노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머니께서는 나를 사월 초파일에 낳으셨다 하여 귀히 여기셨고, 매우 기뻐하셨다. 자신의 하찮은 기도로 사춸 초파일 자식을 얻으셨노라고….

 해마다 내 생일이 찾아오는 사월 초파일이면 전날부터 어머니께서는 부산해 하셨다. 내 머리맡 위에 정성스레 만드신 시루와 정한수, 그리고 촛불을 태우시며 기도를 드리셨다. 사월 초파일 아침엔 부처님 앞에 인사드리러 가신다며 나의 옷 중에 가장 예쁜 옷을 골라 입혀 주셨다. 그 날은 바로 나의 최고의 나들이날이기도 했다.

 어렸을 적 옆집 친구의 사탕발림에 어머니와 할머니를 속상하게 해 드린 적도 몇 번 있긴 했었으나 그때마다 다시 어머니와 할머니 품 속으로 찾아드는 나를 두 분은 항상 따뜻하게 맞아 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이나마 불교를 알고 접할 수 있도록 바르게 인도해 주신 어머니와 할머니께 다시 한번 깊이 깊이 감사를 드린다.

 하찮은 시를 써서 고등학교시절 첫시집을 내어 주목받았던 천재시인 남학생에게 뜻밖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두 분의 덕일 것이다.

나의 첫울음소리가 이미 부처님과 인연이 되었다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의 첫 작품 또한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 되어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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