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배나무에 깃들인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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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배나무에 깃들인 뜻
  • 관리자
  • 승인 200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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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의 古典

  산배는 과실다운 좋은 과실도 아니다. 그런데 배는 시원한 까닭에 칼을 맞으며 먹혀진다. 그러나 산배는 맛이 떫어 아무도 따지 않아 주렁주렁 가지에 달려 스스로 족한 모양을 이룬다.

ꊱ 대혜(大慧) 선사

  대혜선사가 담당준(湛堂準) 화상에게 참례하였다. 준선사는 이르시기를 「네가 깨치지 못하는 것은 그 병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 아는데 있느니라. 이것을 소지장(所知障)이라고 한다.」그 때에 뛰어난 선비였던 이상노(李商老)도 준화상에게 참례하고 있었는데 말하기를 「도는 모름지기 싱그럽게 깨쳐야 하느니라. 그 사이의 묘한 도리는 마음이 공한 데 있나니 이것을 체득하는 것은 총명을 빌을 것이 없다. 이를 알면 단번에 듣고 보는 데서 뛰어난다.」하였다. 이 거사는 크게 정중히 맞으면서 「어찌해서 사고(四庫)의 서(書)를 읽은 연후에 도를 배운다하랴」하였다. 이때부터 서로 벗이 되어 격이 없이 친히 지냈다.

  준화상이 입적하였다. 대혜는 승상 무진(無盡)거사를 찾아 준화상의 탑명(塔銘)을 지어줄 것을 청하였다. 무진 거사는 원래로 선을 안다고 스스로 자처하고 있는 터이라 큰 지견을 갖추지 아니 하고는 감히 그 문에 이를 수 없었다. 대혜는 그의 얼굴을 보고 그의 뜻을 받아 대담하였는데 그 태도가 탁연하여 여유가 있었다. 공(空)은 말하기를 「당신의 선이야말로 과연 뛰어났소.」하였다. 대혜 선사 이르기를 「스스로 아직도 다 미치지 못한 것을 어찌 하리오.」 「만약 그러시다면 원오근(圓悟勤)선사를 찾아뵙는데 좋겠습니다.」이에 서울의 천영사(天寧寺)로 원오 선사를 찾아갔다.

  한번은 설법하는데 이르러서 원오선사가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운문(雲門)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제불출신처(諸佛出身處) 입니까?」 하니 운문이 이르기를 「동산(東山)이 물 위를 간다」하였는데 만약 사람이 있어 나에게 와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훈풍이 남쪽에서 불어오니 집안이 시원해진다고.』 대혜는 이말 아래 홀연히 마음의 앞뒤가 끊어졌다. 그러나 동하는 모양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도 정과과처(淨課課處)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 무렵 원오 선사는 입실할 적마다 말하였다. 「네가 이 경지에 이른 것도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깝게도 너는 죽을 줄만 알고 아직 살아나지 못하였다. 대개 어구(語句-공안)를 위심하지 않는 것이 이것이 공부의 튼 병이니라. 너는 듣지 못하였더냐? 천길 벼랑에서 두 손을 놓고 뛸 수 있어도 마루에 다시 개어난다는 것은 너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공부는 모름지기 이런 도리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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