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과 '마음챙김'을 방패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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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과 '마음챙김'을 방패삼아
  • 관리자
  • 승인 2009.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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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산란심을 다스리는 법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 그리고 사직.... 변화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있던, 유난히 더웠던 그 해 여름을 보내고 우연한 기회에 명상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의 고요함에서 오는 기쁨을 체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삶에 있어 좀더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의구심은 시간이 좀 더 지나 결국 위빠사나 수행이라는 길목으로 안내해 주었다. 미얀마에서 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수년간 소중한 가르침을 주시는 스님을 스승으로, ‘계율’과 ‘마음챙김’을 방패삼아 수행자들이 함께 공부하며 맑고 청정하게 꾸려가는 한 수행처에서 초보수행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수행처를 오가며 마쳤던 2주간의 수행은 무엇인가에 발동 걸린 듯 집을 정리하고 내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집중수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긴 동안거가 시작되었다.

거친 마음을 다듬는 방법들

그런데 수십 년간 쌓아온 게으름과 탐, 진, 치에 찌든 마음은 고려치 아니하고 의욕만 앞서 있었던지라 그 동안 무시하고 묻어두기만 했던 내 안의 문제들이 제 때에 터져 나오는 것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상황에 휘둘렸던 기억이 난다. 수행처에서의 생활은 매우 고요하며 단순한 일상과 수행의 반복이었지만 몸의 움직임이 덜할수록 오히려 마음은 더욱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쉬이 반응하고 산만해졌으며 묵언 속에서도 속으로 수다를 신나게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리저리로 안개 속을 헤매듯 마구 끌려 다니는 마음의 실체를 제대로 보고 정확히 알라는 칼날 같은 가르침이 생각난다. 몇 번의 개인 인터뷰와 법문을 통해 스님은 내 문제를 꿰뚫기라도 하시듯 좀더 상세한 답변을 주셨다. 수행하기에 앞서 먼저 마음을 거칠게나마 다듬을 수 있는 방법으로 5계를, 수행처에서 기거하는 집중수행자들에겐 8계를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셨다. 그런 후에야 좀 더 미세하게 일어나는 마음의 반응들을 지켜 볼 수 있는 집중력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위빠사나의 근본 목적인 몸과 마음을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매 순간 순간 6가지 문(六根:눈,귀,코,입,몸,의식)과 그 대상들(六境:형상,소리,냄새,맛,촉감,법)이 접촉할 때에 네 가지 말뚝이라고 할 수 있는 몸의 움직임, 느낌, 마음, 법(마음의 대상)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강한 알아차림(사띠)을 두는 것, 이것은 균일하고 촘촘하게 마음의 산만함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기도 하다. 6가지 문과 대상이 접촉했을 때 마음챙김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지나쳤을 땐, 봤던 형상을 단지 ‘보았음’ 그 자체로 아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실체 없는 마음을 ‘나’라고 착각 ‘내가 본 것’이라고 판단 분별하며 연쇄반응으로 일어나는 생각의 물살에 휩쓸려 갈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편안하고 선한 마음의 상태에서 산란심이 덜하므로 가급적 매일 10가지 선행 중 한가지 이상을 실천하는 것, 가급적 동작 하나하나에 명칭을 붙여서라도 집중력을 순일하게 이어나가는 것, 중병을 앓는 환자처럼 천천히 행동함으로써 움직임에 앞서 마음이 의도하고 충동질하는 것까지도 봐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는 것, 그리고 ‘묵언수행’의 필수성을 재차 강조하셨다. 각고의 노력으로 고요함을 유지해나가다가도 작은 말 한 마디에 야단법석을 떨며 일어나는 마음의 수다가 제일 무서운 적이기 때문이다. 묵언수행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수행자에게까지 피해를 주었던 아픈 경험이 있다. 노력을 해도 생각이 끊이지 않을 땐 ‘아, 내가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스스로에게 주지시킨 후 ‘생각, 생각...’ 명칭을 붙이면 신기하게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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