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어 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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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없어 외로워요
  • 관리자
  • 승인 2009.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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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상담

  쓸쓸한 전학

  "선생님, 오늘 전학 온 학생 있는데예, 소개 시키지예."

  "와 ! 박수"

  책을 펴기보다는 무슨 일만 있으면 구실을 붙여 웃고 떠들어 보고 싶은 아이들.

  "그래? 그렇다면 인사를 해야지. 여러분들 놀게 하려는 게 아니라 전학 온 친구와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니까, 좀 조용히 합시다."

  "전라도래요."— 아이들의 고함.

  "그래 ! 이 민족의 아픈 역사가 응어리진 전라도, 난 그 곳 사람을 존경해. 우리 역사 속에서 민중의지의 발생지는 전라도니까."

  "노래 시키세요."

  은미는 참 얌전했다. 야무진 입매와 맑은 눈이 인상적이었고 가슴속에 숨겨둔 많은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 등살에 겨우 노래를 하나했다. 아마 저쪽 학교에서 헤어지면서 불렀던 노래 같았다. 끝에 가서 목소리가 떨렸지만 울음을 잘 참고 불러 주었다.

  야간자습을 앞 둔 저녁 시간, 창에 기대어 서서 도심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혼자 있는 은미를 자주 보았다. 말을 걸면 아무 것도 아니란듯 슬며시 피하고 만다. 여름방학을 2주일쯤 남기고 있던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은미가 따라왔다.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편집실에서 마주 앉았다.

  "저도 저쪽 학교에 있을 때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어요. 이렇게 삭막하진 않았어요. 돌아서면 시험, 시험이 나를 멍텅구리로 만들어요. 선생님들이 설명을 빨리 할 땐 잘 못알아 듣겠어요. 아버진 말단 공무원이셨는데 정년 퇴직을 하고 어느 공장 수위자리를 얻어 집안이 부산으로 왔어요.

  대학 간 형제가 없어 아버지의 연금으로 저를 꼭 대학에 보내겠다고 했어요. 어려운 사정이지만 저도 대학엘 가고 싶었어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점수가 안 나와요. 담임 선생님과 상의했더니 여상으로 가래요. 저도 여상으로 전학갈까 싶어요. 친구들이 겁이나요. 통지표만 보면 죽고 싶어요. 점수따기 경쟁이 너무 심해요. 공부 못하는 나 같은 건 사람 취급을 받을 수가 없어요. 부모님이 불쌍해요."

  은미의 성적은 당시에 형편 없었다.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어떻게 이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경쟁의, 정신 차릴 수 없는 와중에 홀로 던져진 힘없는 이 아이의 상처를 무슨 수로 치료한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교무실에서 은미와 어머니가 담임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엇! 전학을 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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