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그늘
따거운햇살이 아직 새벽 공기 속을 뚫고 나오자 못한 이른 아침에 나는 시장엘 산보삼아 가길 좋아한다. 지난 밤의 파장된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시장으로 갓 배달되어 온 신선한 두부장사와 은빛 수염속에 촘촘하게 여물어 있는 옥수수의 풋풋한 내음을 맡을 때는 문득 산다는 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느끼곤 한다.
이곳 저곳을 한가한 마음으로 기웃거리며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복숭아 몇알과 장미를 사면서 신선한 공기, 바람결에 흔들리는 녹색 자연에 대한 목마른 갈증을 느끼며 언제쯤이면 한적한 교외에서 치맛자락에 이슬 젖어오는 그런 시각에 텃밭의 채소를 가꾸어 아침 식탁을 마련하는 소박한 여인으로 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도회에서 태어나 도회에서 줄곧 살아온 내게 흙냄새 나는 향수어린 고향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전생에 나는 아마도 사시사철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일이 생활의 전부일 수 있었던 무던한 시골 촌부(村婦)였던지, 다소나마 시골 풍경을 연상 할 수 있는 대구 근교 수성천변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기억을 보석처럼 소중히 하고, 즐겨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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