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의 도야지 화장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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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의 도야지 화장실 사건
  • 관리자
  • 승인 2009.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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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 휴가 이렇게 보낸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십육칠 년 전 대학생 때의 일이다. 그때까지 한번도 뭍밖을 나가 본 적이 없는 나는 집이 제주도인 그 친구와 단박에 친해졌다. 우리는 매캐한 최루 연기 속에 어깨 걸고 함께 거리를 내달렸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전환시대의 논리』등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가던 대학 새내기였다.  여름방학이라 해도 우리는 좀처럼 여유가 없었다. 선배들이 마련한 커리큘럼에 따라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합숙훈련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찐득찐득 묻어나는 담뱃잎을 따기 위해 찌는 한낮에도 긴팔의 교련복을 입고 담배밭이랑 사이를 기던 농 . 활을 해야 했다. 

친구와 나는 광복절도 지난 방학의 끄트머리 열흘간을 가까스로 시간을 맞춰 그 친구의 제주도 고향집으로 함께 휴가를 떠났다.  여비의 여유가 있을 리 없는 우리는 후덥지근한 한여름 밤에 열 시간 넘어 달리는 비둘기호 남행열차와 일곱 시간 이상을 통통 소리내며 바닷길을 가르던 가야호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피곤한 여정도 마냥 설레이는 마음뿐인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의 하나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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