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아버지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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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아버지의 교훈
  • 안옥희
  • 승인 2009.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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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꼭 일년만이었다. 그해 여름은 왜 그리도 무더웠는지---. 우리가 부소산을 오를 때는 온 몸이 땀에 젖어 티셔츠를 벗어 짜도 물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나와  아버지, 그리고 지금은 그림 공부를 하러 빠리로 떠난 남동생과, 아들 둘을 둔 외삼촌과 함께 캔맥주 몇 통과 팝콘, 그리고 음료수를 담은 배낭을 메고, 우리는 마치 무는 즐거운 여행이라고 하듯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할머님 무덤에 벌초를 하곤, 낙화암에 앉았다. 아버지와 삼촌은 맥주를, 나와 동생은 팝콘과 음료수를 마시며 생존에 계실 때의 할머님 얘기며, 백마강 줄기 구비구비 흐르는 듯한 그 옛날 백제문화와 유산을 담소하고 있었다.

  어느새 얼큰해진 삼촌이 백마강 하류에서 수영을 하자는 제의를 했었고, 우린 좋아라 박수를 치며 그 의견에 합세했다.

  강물은 홍수를 치른 이후라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물이 많이 불어 있었고, 물살은 제법 빠른 듯 했다. 그러나 강 가에 이는 바람과 우리만의 호젓함을 즐기며 우리는 수영을 시작했다.

  나는 수영을 못 하기도 하거니와 겁이 많아서 물장난만 하고, 삼촌과 동생은 강물쪽으로 헤엄쳐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불현듯 이상한 예감에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 보았더니 동생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허둥지둥 외삼촌을 찾았으나 웬일인지 삼촌도 보이질 않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으며 어쩔 줄 모르던 나는 모래사장에 누워서 모래찜질을 하고 계신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아버지, 삼촌과 종대가 보이질 않아요.』

  아버지는 모래를 확 제치고 강 가로 달려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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