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우리들 주변에는 아직도 이 몸이 육체이고 죽음으로써 끝장이라는 생각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몸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은 가장 심각한 것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몸을 보존하고 이 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서 온 관심과 정력을 쏟는다. 때로는 마음에 꺼림칙한 일도 감히 하고, 정의도 도덕성도 그 앞에서는 흔들린다. 그렇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서 그 몸이 오래 살았다거나 그 몸으로써 마음 깊이 평화롭게 살았다는 사람은 없다.
허무한 것에 집착하였으니 돌아오는 것은 허무인 것이 당연하고, 또한 자신의 본분을 어긴 행위에서 안정과 보람을 거둘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고 보면 이 몸이 무엇인지 이 세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도무지 알지 못하고, 의욕이니 용기니, 승리니 해 봐도 정말 허망한 것에 속고 있는 것이다. 세간이 온통 이런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범부 현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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