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개인적으로 마흔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나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조금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경제가 어려워 가계 사정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무슨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학력 경쟁이 심화된다는 소리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고생스러울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다행히 아들은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나는 나름대로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다. 뭔가 아쉽고 두려운 느낌이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연말연시라 그런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소원성취’다. 그런데, 올해는 문득 그렇게 쉽게 얘기하던 ‘소원’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인다. 연말연시에 기원하는 소원이라면 대부분 가정의 화목을 내용으로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항상 들끓고 있는 소원은 이보다 좀더 본능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소원의 진정한 정체가 아닐까 싶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소원(욕망)을 아집(我執)이라 하여 결코 성취할 수 없는 것이자, 오히려 고뇌의 원천으로 설한다. 하지만 소원은 종종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힘을 발산케 한다. 그로 인해 역사가 바뀌기도 하고 발전을 이루기도 해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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