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같은 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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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 같은 내 새끼
  • 관리자
  • 승인 2009.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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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군대 생활을 하면서도 가보지 못했던 군인 관사를 훈민이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찾아가게 됐다. 남양주의 한 부대 옆에 있는 군인 관사는 믿음직스럽고 늠름한 군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낡을 대로 낡은 노후된 아파트였다. 잔뜩 흐린 스산한 겨울의 오후, 재건축 시기가 지난 듯한 인적 없는 아파트의 계단을 오르자니 마음이 조금은 어수선하다. 다행히 훈민(6세)이와 동생 민주(3세), 어머니 황경숙(31세) 씨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황경숙 씨는 첫눈에도 밝고 활달해보일 만큼, 이목구비도 시원하게 생겼고 목소리도 경쾌하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마음 고생을 이야기하며, 눈가에 금새 눈물이 고이고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린다.

황경숙 씨 부부는 고향도 같고, 나이도 같다.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대학을 다니며(97학번), 1학년 때 친구의 소개로 만나 오랜 시간 동안 애틋한 사랑을 키워왔다. 남편은 농사를 짓는 가난한 집안의 고학생이었다. 2000년 군대를 제대하고서는 복학할 형편이 못 되어 휴학을 결심했다. IMF 세대라 취직도 잘 안 되던 시기여서, 결혼 문제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때마침 직업군인인 형부의 권유로, 남편은 오랜 생각 끝에 2002년 재입대를 선택하였다. 남편이 강릉에서 하사로 임관하자마자 결혼식을 올리고, 조그만 월세방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세상물정 몰랐던 저는 사랑만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남편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훈민이가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줬으며, 둘째도 임신하게 되어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가난하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알뜰하게 잘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삶이란 게 그리 쉽지가 않더라구요.”

2006년 4월 어느 날 부터인지 훈민이가 투정을 부리고 잠이 많아지더니, 얼굴이 창백해지기까지 했다. 둘째 민주를 임신 중이라 병원에 갈 때 훈민이를 데려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훈민이를 보더니 종합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니,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훈민이는 병세가 심각한 고위험군에 속해 5년 생존율이 약 60%밖에 되지 않았다. 임신 막달째 접어들었지만, 그 날로부터 생사를 넘나드는 힘겨운 병동생활이 시작됐다.

“1차 관해유도(冠解誘導: 백혈병 환자의 골수와 말초혈액에서 백혈병 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항암치료)를 시작으로 1년 넘는 항암강화치료 후, 현재는 2007년 6월부터 3년 예정으로 유지요법(제거되지 않은 잔여 백혈병 세포를 줄이고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을 실시하고 있어요. 훈민이가 면역력이 약해져 지금까지 큰 고비를 여러 번 넘겼어요. 그때마다 체력이 떨어져 소리도 못 내고 울고 있는 훈민이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요. 저도 밤이면 훈민이를 재우고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 아마 제 나이 또래에 저만큼 많이 울어본 사람도 드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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