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대답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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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면 대답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아들
  • 관리자
  • 승인 200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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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엄마,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건강하게 잘 계시죠. 저도 밥 잘 먹고 잘 지내요. 근데 오늘은 몸이 좀 피곤하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아, 며칠 후 첫 월급날이에요. 이번 달부터 가스, 전기, 전화요금은 제가 낼 테니, 제 은행계좌로 자동이체시켜 놓으세요. 엄마, 앞으로 편안히 잘 모실게요.”

올해 1월 아들 양정민(29세) 군이 쓰러지기 3일 전 걸어온 전화다. 어머니 남미자(54세) 씨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다. 아들의 든든한 모습에 지난 7년간의 야속했던 세월의 아픔이 싹 씻겨지는 듯했다.

도시가스 배관공으로 일하던 남편이 담도암(담즙이 분비되는 담도에 생기는 암)으로 3년간의 오랜 투병생활 끝에,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경기도 성남의 외국인학교에서 청소미화를 하며, 남편의 치료비로 진 빚을 갚고 공부하는 남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도 누구보다 착하게 커준 아이들이 있어 모든 걸 감내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딸(27세)은 전문대 치위생학과를 졸업하고 치위생사로 취직이 되었다. 아들 정민 군은 군대를 제대하고 어려운 집안 형편상 대학을 휴학하였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였으나, 몇 차례 낙방의 쓴맛을 보았다. 그 후 본격적으로 돈을 벌겠다며 지난 해 연말 경기도 시흥에 있는 중전기 회사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을 했다.

“전화로 몸이 좀 안 좋다고 한 얘기가 못내 가슴에 걸렸는데, 첫 월급날을 하루 앞두고 정민이가 쓰러졌어요. 야간 잔업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데, 밤늦게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가보니 의식을 잃은 채 발딱발딱 경련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그대로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되고, 가만히 있으면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지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토록 원망스러울 때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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