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로 유명한 지상의 낙원, 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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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로 유명한 지상의 낙원, 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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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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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실크로드를 가다 8 / 파키스탄 훈자
▲ 티베트 기술자가 지었다는 발티트 성.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페샤와르와 스와트를 가고 싶었는데, 여행 당시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이라 갈 수가 없었다. 선교를 위해 파견된 샘물교회 신도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억류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금지 지역이 되어버렸다. 숙소에서 한국인들을 만나면 서로 어디를 경유해왔는지를 묻는 것이 인사였다.

페샤와르는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길목이며,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터전이라고 한다. 페샤와르에서 탁티바히 사원과 파슈툰족이 여는 시장을 보고 싶었다. 또 스와트에는 반가사유의 자세를 취하고 왼손으로 커다란 연꽃을 든 연화수보살상이 있다고 해서 기대에 부풀었는데,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여행에도 하늘의 뜻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마을로 알려진 훈자를 가기 위해서 길기트를 경유하였다. 길기트에 가까워올수록 검문이 잦아졌다. 길기트는 파키스탄의 중요한 군사지역으로, 옛날부터 실크로드의 도시이며 불교의 중심지였다. 길기트 사람들은 본래 기질이 사납다고 듣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탈레반이 쓰고 있는 모자를 착용하고 있어 처음엔 깜짝 놀랐다.

어느 가게에 물을 사러 들어갔더니, 가게를 지키는 할아버지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갑자기 “아이 라이크 탈레반(I like taleban)!”이라고 말하였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물만 사서 얌전하게 가게를 나왔다.

길기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애불인 ‘카르가 붓다(Kargah Buddha)’가 있다. 칼로 잘라 놓은 듯한 단애(斷崖)에 새겨진 마애불을 보는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잘룩한 허리에 허벅지가 강조된 것이 간다라불상의 양식임을 알 수 있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어떻게 새겼을까? 이런 척박한 곳에 부처님의 향기라도 남겨두고 싶어 했던 구법승들의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살구 익는 마을

훈자는 400년경부터 남부아시아와 중간 사이에 비단, 차, 도자기, 상아 등을 교류하였던 무역로이다. 이 길을 따라 13세기에 마르코 폴로도 지나갔다고 하니, 실크로드의 한 지류임에 틀림없다. 훈자는 발티(카리마바드), 알티, 가네쉬, 듀이가르 부족이 모여 만든 왕국이었다. 카라마바드는 옛날 훈자왕국의 수도로 지금도 훈자 마을의 중심이 되는 곳이며, 장수마을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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