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으로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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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으로 살다
  • 관리자
  • 승인 200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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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 33주년 역속기획 특집/마음공부 이야기-욕심

도회지 생활을 등지고 들어와 농사꾼으로 살기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책도 없고 뭣도 모르고 시작한 농삿일이다. 그러니 씨앗 파종하고 허구한 날 들여다보아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기 일쑤고, 마땅한 때를 몰라 심기는 했어도 거둘 게 적어서 동네 사람들 웃음거리만 만들어 주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책을 읽고 이웃에게 물어가며 한걸음씩 다가가서 이제는 내 식의 즐거운 농사짓기를 한다. 해가 거듭되면서 자급자족에 필요한 농사 가짓수는 늘고, 가늘고 길었던 손가락은 연장 잡는 데 이골이 나서 거칠어진 손과 튼튼한 마음으로 흙을 밟고 산다.

나의 일년 농사는 한 해의 끄트머리와 날을 다투며 막을 내린다. 농사를 일년으로 잘라 볼 수가 없는 일이지만 말하자면 그렇다. 2월 묘목 이식을 시작으로 쑥차를 만들면서 한 해 농사를 위한 몸 풀기를 한다. 이어 녹차 만들기와 일년 농사 시작으로 봄날은 온 줄 모르게 가 버린다. 바쁜 봄날엔 숲에 갈 일도 많아서 즐거운 투정을 하곤 한다.

‘고사리는 왜 하필 바쁜 봄에 나오는 거람. 여름에 나오면 얼마나 좋아.’ 한여름 동안 내내 함께 씨름하고 풀매고 물주며 태풍과 땡볕을 이겨낸다. 가을 동안 온갖 먹을 것 거두어들이며 구절초꽃차 만들고 이어 감귤꽃차 만들기 시작하면서 감귤도 수확에 들어간다. 감귤 수확을 마치고 갈무리 들어가면 12월 말이 되니 이제부터 한 달 남짓 몸이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책 몇 권 읽고 바쁜 철에 손대지 못한 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눈이 하얗게 내린 땅을 보고 다시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모양새로는 농사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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