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는 찬물로 대강 하고 아침(토스트, 계란, 죽, 걸쭉한 국, 밥 등이 교대로 제공됨)을 먹고 7시쯤 걷기 시작하여 12시까지 걷는다. 점심(밥, 야채 커리, 감자, 국수 등)을 먹고 1시 반경 다시 출발하여 저녁 5시경까지 걸어서 산장에 도착하면 방을 배정받는다. 저녁은 6시경. 역시 점심때와 비슷한 메뉴. 저녁을 끝내면 갈 곳이 세 군데 있는데 하나는 캄캄하고 추운 바깥, 둘은 떠들썩하고 추운 식당, 셋은 어두컴컴하고 추운 방이다. 안락의자에 편히 앉아 눈 덮인 산을 바라보리라던 기대는 펴 보지도 못하고 버린다.
그래도 우리는 집 안에라도 있지만 산장 근처에는 천막을 친 사람들도 많다. 시린 손을 움켜쥐고 천막을 치고 침낭을 펴고 식사를 마련한다. 식당 천막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있다. 그들은 우리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천막을 접고 꽁꽁 언 몸을 뜨거운 차로 녹인다.
옛날 옛적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에 의해 만들어진 길은 좁고 험하다. 먼지에 목이 칼칼하고 땀은 흘러서 눈앞을 가리지만 건강한 몸으로 걷는다는 기쁨에 잠겨 걷다가도 문득문득, 왜 이렇게 힘든 고생을 많은 돈을 주고 사서 하는지, 의아심이 들고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미쳐도 이렇게 미친 사람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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