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떠나는 산사여행 - 허공의 불타, 창녕 화왕산 관룡사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양명한 봄의 그리움과 연모의 정을 이처럼 상징적으로 잘 묘사한 노래도 드물다. 그래서 가곡 ‘보리밭’은 선남선녀들의 마음속에서 ‘봄처녀’의 설렘을 압도하고, ‘목련꽃 그늘 아래서’의 애달픔을 뛰어넘는다. 봄이 오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남몰래 정신병원을 찾는 것도 바로 봄이 지닌 그런 멜랑콜리한 정조와 양명한 불의 이중적 속성 때문이다. 반생명의 관능을 자극하며 대책 없이 타오르는 그리움과 연모의 불길로 봄앓이를 하는 선남선녀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봄 화왕산(火旺山)은 더욱 양명한 불이다. 불 ‘火’자, 왕성할 ‘旺’자, 산 이름에서부터 대책 없는 봄의 불길로 환하다. 양명한 그 산불은 곧 화왕산 억새밭으로 번져 금빛 게으른 황소의 싯누런 허벅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달군다. 하지만 그 불은 뜨겁지만, 천박하지 않다.
【 약사전 석조약사여래 앞에서 허영과 허세의 옷을 벗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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