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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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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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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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八相法門

     ―설산수도상(雪山修道상)―

     2 스승을 구하다

 집을 나와 처음으로 경험하는 밤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사납고 날카로운 맹수의 포효는 소름을 일게 하고, 서늘하고 습기 찬 밤공기는 해어진 가사 속으로 스며들어 오한이 났다. 가까이 흐르는 냇물을 마시고 이름 모를 풀잎으로 주림을 달랜 보살은 고행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처음으로 수행하는 보살에게 있어서 그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보살은 고통르 이기는 희열을 느끼며 앉은 채 밤을 새웠다. 이제야 자신이 뜻한 대로 수행이 된다고 생각했다.

 부처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만을 하고,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으며, 들리는 소리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눈은 숲속의 나무와 풀과 푸르름 속을 나르는 새들을 보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비칠 뿐 그것을 식별하지 않고, 스스로의 숨소리 마저도 느끼지 않는, 그러한 상태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였다. 끊겼을 때는 온갖 잡념이 활개를 치면서 그의 머리 속, 가슴 속을 헤집고 뒤섞여 돌아갔다. 그럴 때면 머리가 아팠다. 먹지 않고 자지 않았기 때문에 원기가 없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은 눈앞에 왕궁의 훌륭한 음식을 상기시켰다. 순간 안락했던 태자궁의 생활이 몹시도 그리웠다. 그러나 보살은 그러한 생각을 떨어버리기라도 하듯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나는 결코 대오(大悟)하리라.』

 그렇게 七일이 지났다. 그러나 어떻게 수행을 하는 것이 옳은지도 아직은 몰랐다. 그는 수행의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하였다. 너무 급히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적(自適)하여 유유하게 수행하리라고 생각하였다. 혼자 수행하는 것보다는 스승이 있어 지도를 받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보살은 八일 만에 그 곳을 떠나 숲을 나왔다.

 이제 보살은 가장 선(善)한 법과 가장 뛰어난 적정(寂靜)의 경지를 찾기 위하여, 제二보(步)를 내디딘 것이다. 7일 동안의 고행으로 그의 모습은 몰라보리 만큼 변해 있었다.  기름지고 부드럽던 얼굴은 해볕에 그슬어 거칠어지고 야위어, 예전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굳은 의지가 빛나고 있었다. 걸음걸이에 힘은 없었으나, 출가수행(出家修行)하는 구도자로서의 품위를 갖춘 보살에게서는 어떤 위압감이 풍겼다. 남다른 정신력이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거리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는 보살을 본 사람들은, 그를 예사 수행승(修行僧)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보살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안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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