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가신 뒤에도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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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가신 뒤에도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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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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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모(欽慕) / 경봉 스님의 제자, 명정 스님

“스님, 가신 뒤에도 뵙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 스님의 참 모습입니까?”

통도사 극락암 명정 스님이 은사이셨던 경봉 스님을 보내드리며 올린 마지막 질문이었다. “야반삼경(夜半三更)에 대나무 빗장을 만져보거라.”

노사는 빙긋 미소지으며 이 한 말씀 남기고 원적에 들었다. 그때가 1982년이었고 명정 스님과 경봉 스님이 만난 지 이십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도 다시 25년의 세월이 더해진 지금도 명정 스님은 경봉 스님을 모셨던 극락암에 그대로 머물며 은사의 뜻을 밝히고 있다.

명정 스님은 당신 이름으로도 이미 널리 알려진 선객이다. 또한 경봉 스님의 차맥을 이은 차의 대가이기도 하며, 글 또한 향기로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식혀주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수식보다 더 은은한 이름은 ‘경봉 스님의 상좌’라는 말이다. ‘경봉 스님의 제자’, 언제나 명정 스님은 그렇게 소개되어 왔다. 당신의 삶과 수행을 항시 스승에게서 찾고 스승에게로 돌려온 까닭이다. 은사가 남긴 가르침 또한 온전히 품어 시절 인연 따라 『경봉 스님 말씀 』, 『삼소굴(三笑窟) 소식』 등 여러 책으로 출판하여 경봉 스님의 빛을 고루 전해왔다. 거기에는 보태고 덜함이 없도록 애쓴 제자의 마음씀이 갈피마다 역력하게 배어있다. 무려 45년 세월을 그렇게 우묵하게 걸어온 것이다.

“스님은 왜 지금도 극락암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

“세간에서도 시묘살이 3년이면 장하다 합니다. 스승에 대한 마음은 무엇입니까?” “….”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명정 스님에게 그렇게 물었지만 아무도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지금도 극락암을 찾는다. 그 하나의 이유는 경봉 스님의 빛이 여전히 성성한 까닭이고,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제자의 수행과 향기가 남다른 까닭일 것이다. 거기에 노사를 기리는 제자의 마음, 그 뒤안길을 훔쳐보고 싶다는 욕심을 보태 극락암을 찾았다.

영취산이 마른 어깨를 드러내고 총총히 앞장을 섰다. 여러 개의 암자를 지나니 극락암이 소박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극락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대나무 빗장부터 찾아보았다. 어리석게도 ‘혹시 경봉 스님이 야반삼경에 만져보라던 대나무 빗장이 있지나 않을까?’, ‘명정 스님 손때로 닳아져 있지나 않을까?’ 그렇게 사제의 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예전 경봉 스님은 언제나 “여기 멀고 먼 극락까지 뭐하러 왔어?” 하며 극락암을 찾는 사람을 반겼다 하는데, 속된 마음으로 들어서니 극락에서도 극락을 보지 못하고 그렇게 마음의 밑천이 야박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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