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難治病)
상태바
난치병(難治病)
  • 관리자
  • 승인 2008.01.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주착(做錯) -

아이구, 눈썹이야!

자기가 나서지 않아도 될 자리, 또는 나서지 말아야 할 자리에 나서는 사람을 일러서 "주착바가지"라고 합니다.  그 주착이란 것이 때로는 뜻하지 않은 과오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하게도 웃음을 안겨다 주는 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정상적인 군자의 도를 이탈하는 것이 그 특성이기에 이것 또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난치병의 하나가 됨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쑥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구한말 왜정초 무렵, 우리 봉선사에는 수암당(壽岩堂)이라 불리우는 노장이 계셨다고 합니다.  노인들에게 들은 그의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포천 신읍에서 동쪽으로 개울을 건너 구읍으로 가는 도중에는 산모퉁이 논두렁 살피에 석불이 한구 서 계십니다.  지금은 집을 지어 가려졌지만 예전엔 그대로 노천에 계셔서, 오가는 행인들이 쉬어가는 정자 구실도 했었다고 합니다.

날마다 동냥 바랑을 메고 골목을 누비면서 동냥이나 다니던 수암노장이 어느 늦가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그 석불 뒤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얼마 쯤이나 잤을까, 약간의 한기를 느낄 무렵에 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나니, 자기의 등 뒤, 즉 석불 전면에서 중년 아낙네의 간절한 치성담이 들리더랍니다.

"석불님! 이 어린 것이 철이 없어서 앞집 총각놈과 어울려 갖지 말아야 할 씨를 가졌답니다.  석불님 눈썹을 삶아 먹으면 효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술에, 밥에, 떡을 대령했으니, 꼭 한 번만 효험을 내려 주십시사----"하면서 늘어지게 축수를 하더랍니다.

그러더니 자신을 엎디렸던지, "얘, 어서 내 잔등에 올라서서 숟가락으로 눈썹을 싹싹 긁어내려라"하더라는 것입니다.

이거 참!  자다 얻은 떡입니다.  떡보다도 곡차를 좋아하는 터인지라 어느덧 잠은 깨끗이 달아났고 그쪽 동정에만 귀를 기울이는데 이윽고 닥-닥 눈썹 긁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