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 세계] 그림자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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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 세계] 그림자와 빛
  • 이부영
  • 승인 2008.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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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 세계

 분석심리학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으면서 모르고 있는 자기의 마음의 여러 부분을 「그림자」라고 한다. 남의 잘못은 잘 보지만 자기의 흠은 전혀 못보는 보통 사람들의 특징인 어둠 속의 괴한이다.

   一,  나의 마음과 남의 마음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오래 친교를 맺다가 보면 어느덧 우리는 서로 남도 나와 같이 생각하려니 믿게 된다. 나와 너의 구별을 안 하기 때문이다. 「너 나 없이 지내는 사이」란 바로 이런 관계를 말한다. 네것 내것을 구별하지 않다가 보니 마음도 하나로 통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실망한다. 그렇게도 가까이 여기던 친구가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 그리고 그가 내가 그를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때 우리는 실망하거나 화를 내거나 노여워하거나 괴로와 한다. 그리하여 나와 그와의 옛날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너와 나와는 이제 끝장이라고 절교하기도 한다. 배반자라고 욕설을 퍼붓고 다시는 너같은 놈과 상대를 안한다고 돌아선다.

 그러나 성숙한 사람은 이 경우에 괴로와 한다. 나와 너의 새로운 발견을 앞에 놓고 어찌하여 이러한 결과를 빚게 되었는가를 곰곰히 반성해 보는 것이다. 남을 탓하기 앞서 내가 그에게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본다.

 나와 너의 구별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친하다는 것은 실로 행복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원한, 노여움이 모두 나와 너의 마음이 하나라야 한다는 고집에서 나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내마음이 바로 네마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의 기쁨은 나와 너는 결국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 느끼는 고통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처럼 되어있다.

그 러길래 어제 그토록 열열하게 사랑하던 사람들이 오늘 뜨거운 눈물을 혹은 저주를 퍼부으며 헤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제각기 개성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다르고 행동의 기준이 다르다. 남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똑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차이를 보지않고 부모가 자식을 자기의 몸의 일부분 처럼 생각하듯 남도 자기와 같다고 생각하거나 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틈엔가 우리는 같은 마음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 동일시(同一視)라고 한다. 동일시가 극도에 도달하여 두 사람이 떼일 수 없는 관계에서 생활하게 될 때 이것을 공생(共生)이라 한다.

 갓난 아기와 어머니는 그런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 속에 뿌려진 개성의 씨가 자랄 때 사람은 이런 공생관계를 견디지 못한다.그래서 으례 사춘기 전후의 반항이 생긴다. 부모와 나, 기성세대와 젊은이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나서게 되는 것이다.

 부모와의 동일시와 공생관계가 끊어지면서 나의 독자적인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새둥지에서 나온 새가 처음으로 나는 연습을 하듯 청소년의 자기주장도 어딘가 어설프고 위태로운 데가 있다. 그러나 그는 날아가야 하고 어미새는 그가 날아가도록 도와주고 그가 날아가 버린 뒤의 쓸쓸함을 이겨내야 한다. 그것이 동물 뿐아니라 인간의 성숙에 없어서는 안 될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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