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수필] 오삭 오삭 추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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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수필] 오삭 오삭 추운 이야기
  • 관리자
  • 승인 2008.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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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수필

  나로서는 그 때의 그 일을 생각만해도 오삭오삭 무서워서 더운 여름철에도 추위를 느끼곤 하지만 과연 이 밝은 세상에 그런 심령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6.25사변이 지난 몇해 뒤, 내가 스물세살 나던 때 이야기다.

  하숙집이 시끄러워져서 어머님께 조용한 집으로 옮겨야 겠다고 했더니 집안에서 특별히 부탁하여 어느 절에 하숙을 정해 주었다.

  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포교당이였는데 주지스님이 대처승이여서 부인이 절의 살림을 하고 있는 깨끗하고 조용한 절이였다.

  내방은 대웅전이나 안채와 좀 떨어져 있어서 더욱 조용한데다가 이제 갖 새로 넣은 방에 내가 처음으로 들었기 때문에 더욱 깨끗했다.

  나는 열아홉살 부터 시작하여 스물여섯살까지 늘 하숙하며 공부했지만 이 절깐 하숙방만큼 마음에 들고 조용한 방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 절에 하숙을 하고 부터는 그 잘 먹고 잘 삭히던 젊은 식성이 점점 힘이 빠지고 그 포동포동하던 건강이 언제부터인지 슬슬 나른해졌다.

  워낙 입이 무거워서 어머님께도 알리지 않았지만 내딴엔 꽤 병 없이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팔팔 떨어지는 뜰의 벗꽃을 보며 나도 봄을 타는가 보다고 느끼고 있었다.

  밤마다 꿈이라고 꾸는 것은 전연 낯 모르는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육해공군 할 것없이 그 많은 군인들이 매일밤 꿈속에 나타나는 데도 내가 아는 얼굴은 아무도 없었거니와 그 꿈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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