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문] 건달파(乾達婆) 고(考) /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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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문] 건달파(乾達婆) 고(考) / 서정주
  • 서정주
  • 승인 2007.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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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문(紫霞門)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어칠 부칠 놀고 살면서, 남의 집에서 무슨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냄새가 나면 그리로 쏠려가서는 어영부영 갖은 사설을 다 늘어 노아 그 음식 임자의 마음에 들기에 애쓰고,그 덕으로 겨우 그 음식의 찌꺼레기쯤 얻어먹거나, 그도 아니면 그저 그 냄새만 먼 발치에서 맡는 걸로 그치기가 일쑤인 그 참 딱하고도 또 웃기는 사람들____「예에 그것 조금만 적선해 줍시요」말로 이렇게 해 빌어먹을 줄도 모르기 때문에 거지라고도 할 수 없는 이런 사람들을 가르켜 우리는 지금도 「건달」아니면「건달파」란 말로 부르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생긴 말리 아니라, 인도말에서 온 것이고, 또 그게 신라 향가의 어떤 것에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꽤나 오랜 세월을 우리 민간에 퍼져 사용되어온 것인데 까닭을 곰곰 짐작해 보자면 재미 있다기보다는 훨씬 더 기막힌 무었을 느낀다.

비단 음식을 두고 뿐만이 아니라, 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으로만 살다간 이런 욕망의 그 온갖 건달들의 신라이래(新羅以來)의 그많았을 수효를 짐작해 보는 것은 참 기막히는 느낌이다. 얼마전 시골의 어느 읍내에 내려가서 들으니 그 여인숙이라는 이름이 붙은 여관 들에서는 하룻밤 千 원짜리 매음미녀(賣淫美女)들이 들끓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도 역시 그 건달이지 뭐 딴것인가? 현대에와서 늘 놀고만 있는 그「돈건달」_______ 돈냄새 맡고 엉켜드는 그 「돈건달」의 일종이지 뭐 딴 것일 수 있는가? 이나라의 구석구석에 박혀 있을 이런 여자 건달들까지를 생각하고 있으면 서글퍼서 이것참 견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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