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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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다실
  • 관리자
  • 승인 2007.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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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무덥던 여름날을 회상케 하는 선들바람이 들끝 하늘 끝에서 불어온다. 초조와 불안 속 기나긴 봄철의 갈증을 이기고 맞이했던 여름다운 여름이었다. 지루한 장마, 하늘이 밑빠졌는가 의심케 하던 폭우,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건재하다는 듯 부어댔던 폭염, 또 폭염........ 태풍 칼맨양은 신바람나게 호남에 상륙하여 심통스럽게도 홍수의 옷자락을 거칠게 끌고 지나갔다. 그 뒤에 다시 엄습한 염제(炎帝)의 불호령..... 그렇지만 계절은 어쩔 수 없었다. 처서를 지나고 백로를 지나니 계절은 이렇게도 시원스럽고 향기롭게 여물어 간다.

  그 혹독한 가뭄과 폭우와 폭염 속에서 옥수수는 여물었고 콩꼬투리는 단물을 굳혀갔으며 수수는 깊숙히 머리를 드리웠고 들판에는 금싸락으로 가득 메웠다. 출렁이는 가을 바람을 타고 오곡의 물결은 한층 향기롭다. 더위를 이긴 이 환희, 홍수에서 퍼진 이 승리의 노래..... 여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간이 성장과 결실의 길을 멈추었던 시간이었던가. 가뭄 속에서 컸고 폭풍우 속에서 굳어졌으며 폭염 속에서 성숙하였다. 이 환희의 가을을, 이 승리의 자연을 대하면서 우리는 어느덧 머리가 숙여지는 것을 금할 길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정신적 성숙이 우리 인간의 생명적 성숙이 과연 어떠하였던가? 고난과 장애 앞에 좌절하지 않았던가? 인간적 성장에 정체는 없었던가? 그래서 오늘의 환희와 결실을 수확할 수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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