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외가] 산은 높고 물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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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외가] 산은 높고 물은 푸르다
  • 경봉 스님
  • 승인 2007.12.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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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외가

평등한 도리

(법좌에 올라 이르되)

문을 열어 평야를 바라보니, 사월남풍에 보리는 누렇고, 제비는 쌍쌍히 날이 밀어를 전하는데, 산은 높고 물은 푸르리 오만가지 꽃이 향그럽네.

 예전에 어느 선비가 제비들이 강남에서 날아와서 지저귀는 것을 보고 자문자답으로 지은 시가 있다.

 제비야 제비야 너 왔느냐 소식이 좋구나, 강남의 풍경이 요즈음은 어떻니?

 제비의 답이, 어제밤 동풍 어제밤 비에, 복사꽃이 주인댁 뜰에 흐트러지게 피었읍니다.

 산이 평등하기 대문에 어디든지 항상 푸르고, 물이 평등하기에 물과 물이 서로 만나면 합하여 길이 흐른다.

 해와 달과 별이 평등하게에 사계절이 언제나 밝고 사람의 마음이 평등하기에 눈은 가로 열리고, 코는 내리붙어서 빛을 보고 소리를 듣는 것이 모두 같은 것이다.

 진리가 평등하기 때문에 예와 이제가 할결같다. 예도 없고 이제도 없는 항상 그대로인 것이다.

 온갖 경제가 평등하기에 꽃은 웃고 새는 노래한다. 이 법이 평등하므로 높고 낮음과 길고 짧음과 옳고 그름과 밝고 어두움과 선과 악과 생과 사가 없는 것이다.

 이 이름이 아누다라삼먁삼보리이다. 함참 있다. 이르시기를, <이후 긴말은 내일 다시 올지어다>

무착문희와 문수보살

 예전에 조사가 수행한 것을 들어 말하겠는데 중국 항주에 무착문희선사라는 분이 오대산으로 문수보살을 친견하러 갔다.

 성지인 오대산 금강굴 앞에서 고요히 향을 사루고 앉아 묵상을 하고 있자니 한 노인이 소를 몰고 오다가 말을 건넨다.

 <어떤 사람인데 무엇하러 이 기은 산중에 앉아 있는가?>

 <예, 문수보살을 친견하러 왔읍니다.>

 <문수보살을 가히 친견할 수 있을까......자네 밥 먹었는가?>

 여기서부터 법담이 시작이다. 법으로 한번 집쩍거려본 것인데 무착이 답하기를 <안먹었읍니다> 한다.

 밥을 먹고 안먹고를 말한 것이 아니라, 법으로써 한번 이사람이 무어 도가 좀 익은 사람인가 싶어서 찔러본 것인데 밥 안먹었다고 한다.

 우리 일상생활 밥먹고 옷입고 대소면 보고 하는 모든 우리 주변에 불교의 진리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있건마는 사람이 모른다. 있다고 해도 모르니 탈이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깜깜하다.

 무착이 밥을 안먹었다고 하니, <생짜로구나> 여기고는 그 노인이 그냥 간다.

 그래도 눈치는 빨라서 비록 그 노인이 소를 몰고 가지마는 말하는 태도라든지 얼굴 표정이 범상치 않은 그 무엇이 잇음을 보았는지 그 노인을 따라간다. 얼마쯤 가니 절이 하나 나타났다.

 노인이,

 <균제야> 하고 자기 시자를 부르니 시자가 나와서 소를 받아 매자 손님이 오셨으니 차를 가져 오라 이른다.

 잠시후, 차가 나왔는데 다완이 무엇이냐하면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호박등 일곱가지 보배의 하나인 파리로 된 훌륭한 잔이였다.

 차를 마시니 보통 세상에서는 맛볼수 없는 소락제호의 차였다. 몸과 마음이 형언키 어려울 지경으로 아주 상쾌한 향기로운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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