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성장시절

  내가 자란 곳은 경상북도 영천이다. 우리 마을은 역사적으로 불법인연이 많았던 곳으로 기억된다. 조모님이 불교에 열심이어서 자주 절에 가셨는데 항상 동네 여러 할머니들과 어울려서 절에 다니셨고 부처님 믿는다는 것은 자연스런 우리 생활의 연장이었다. 물론 어머님도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신앙하셨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 자란 탓인지 아니면 먼 전생부터 인연이 있던 것인지 부처님을 무척 좋아하였다.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이면 혼자서라도 절을 찾았고 중학교 시절에는 자전거 타고 좀 먼 절에 까지도 곧잘 다녔다. 그렇다고 불법을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었다. 거룩하신 부처님이 언제나 미소를 던지시며 나를 도와 주시고 우리집 행복을 붙들어 주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마음 속에서 감사하였고 기도하였다.

  내가 부처님 앞에 나와 아주 등록된 불자가 된 것은 사뭇 뒤의 일이다. 부처님을 좋아할 뿐 그것으로 신앙의 전부를 삼으며 그런대로 세상을 살아왔다. 그런 중 7년 전에 신상을 당하였다. 나는 외아들이다. 시골 계시던 부친께서 아들집에 가서 죽겠다며 서울로 오시더니 노환이 돋혀 백약이 효력없이 세상을 떠나셨다. 북아현동 관음정사에 위패를 모시고 기도하였다. 주지 스님이 금강경 독경을 해주셨는데 "이경이 최상의 공덕경이다" 하시며 읽으시는 금강경은 정말 내 마음에 밝은 햇살이 흘러 들어오는 것같이 느꼈다. 그무렵 이웃에 원각회 회원 한 분이 계셔서 나를 부처님 앞으로 인도해 주셨는데 저때에 금강경 독경소리는 나의 생명의 깊은 곳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아름답고 환희스러운 소리로 남아있다.